軍 ‘미사일’→‘발사체’로 정정…文대통령, 군에 ‘남북군사합의 이행’ 당부 이튿날 도발
  • ▲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발사한 대구경 방사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발사한 대구경 방사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4일 오전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쏘자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 군 지휘부에게 “남북군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당부한 이튿날 북한의 도발이 있자 놀란 모습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장관, 서훈 국정원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청와대에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미국 측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민정 대변인은 “현재 상황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게 아니라 긴급회의라고 보면 된다”며 “오늘 회의 결과는 종료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SC가 아니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를 필두로 국방부 등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물체를 ‘미사일’이 아니라 ‘발사체’라고 정정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면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미북 비핵화 대화를 깨버리는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군 지휘부를 불러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남북군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당부했다. 文대통령이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한 이튿날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자 청와대와 국방부가 '미사일'을 '발사체'로 바꾸며, 정확한 내용을 알리지 않는 것은 '북한이 아직 남북군사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 때 北도발 신속히 알리던 軍 "아직 분석 중"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는 “현재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최대한 빨리 발표하도록 노력하겠지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합참과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날 북한의 도발을 실시간으로 잡아냈다. 그러나 북한이 쏜 발사체의 종류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지, 장거리 방사포인지, 대함 순항미사일인지 등에 대한 내용은 물론 발사체의 종류가 한 가지인지 여러 가지 인지 등은 “아직 모른다”며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의 이 같은 대응은 박근혜 정부 때와 대조된다. 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이 뭔가를 발사하면, 해당 물체의 발사각도, 도달고도, 도달거리 등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이 분석 내용은 대부분 북한 선전매체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군사합의를 한 뒤로는 북한이 뭔가를 발사하면 ‘미사일’이 아닌 것으로 추정하려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가 4일 북한이 오전 9시 6분부터 27분까지 여러 발을 쏜 물체와 관련해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몇 시간 뒤에 ‘단거리 발사체’라고 정정한 것도 이런 문재인 정부의 편향성에 따른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날 ‘단거리 발사체’를 쏜 원산 인근 호도 반도는 단거리 방사포와 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했던 곳이다. 또한 여기서 멀지 않은 갈마 비행장 일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여러 차례 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