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합의안 없다" 소식에 파행… 이언주 유승민 하태경, 지도부 질타
  •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바른미래당이 18일 오후 선거법·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바른미래당과 합의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의총은 엉망이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최종 합의한 내용에서 상대 당이 번복하는 문제가 나와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주당과 최종합의안을 문서로 작성해 이걸 가지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합의를 부인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관한 얘기였다. 표결 자체가 무의미해진 셈이었다.

    앞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공수처에 기소권 부여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으나,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등에 한해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한다"고 발표하자 하태경 의원이 "공개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손 대표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할 말이 있다니까"라며 맞섰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고 10분 뒤 이언주 의원이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비록 징계로 의결권이 박탈됐지만, 오늘 패스트트랙을 강행처리한다는 얘길 듣고 왔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당원권 정지' 이언주 의총장 진입에 고성

    이 의원이 의총장으로 입장하려 하자 당직자들이 막아서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 의원은 "이러려고 당원권 정지했느냐"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소리쳤다.

    우여곡절 끝에 입장한 이언주 의원은 약 2시간 뒤 의총장을 나와 "민주당에서 공수처법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합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며 "나는 공수처법 자체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떠났다.

    바른정당계 좌장 격인 유승민 전 대표도 의총 직후 "최종합의를 했다는 것은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인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누구는 합의했다고 하고, 누구는 안 했다는 이런 바보 같은 의총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이라는 다수의 횡포로 정하는 것은 선거법을 다수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라며 "이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왜 그렇게 말한 것 같으냐'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에게 여쭤보라"며 불만을 에둘려 표현했다. '당내에서 패스트트랙을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는 말에는 "각각 의원들 의견은 독립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패스트트랙 관련 합의안을 문서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강행을 시도할 경우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