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손학규 대표, 주말까지 사퇴 결단 없다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 ▲ 11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11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현 체제로는 총선 필패"라며 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반면, 손학규 대표는 이들의 비판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가 주말까지 사퇴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하 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말까지 손 대표가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손 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나 지도부 재신임투표를 수용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까지 결단하지 않으면 우리도 행동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 의원이 말하는 '행동'이란 손 대표의 불명예퇴진, 사실상 탄핵을 뜻한다. 하 최고위원은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손 대표가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마 불명예퇴진이 될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탄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의원과 같은 바른정당계인 이준석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가 열리든 안 열리든 가지 않겠다"며 "당을 위해 같이 사퇴하는 용단을 손 대표께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오전 손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나오든 안 나오든 내일 최고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결과적으로 내일(12일) 예정된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취소됐다. 지난 8일, 10일 최고위처럼 '반쪽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3명의 최고위원은 두 차례 최고위를 모두 불참했다. 당의 집안싸움이 연일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내일 최고위를 취소하는 대신 외교안보 현안 관련 손 대표의 기자간담회로 대체했다.

    당 지도부 간 힘겨루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당직자들의 고심도 깊어간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국민들 보기엔 안 좋지만 최고위원들도 손 대표를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최고위원을 사퇴하지 않고 직을 유지하면서 회의에 의도적으로 불참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라도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나와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손학규 대표의 뜻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질적 방법이 아니고선 상황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도부 대립이 길어질수록 결과는 좋지 않겠지만, 이런 게 다 정치 과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분수령은 다음 주 월요일(15일)로 예정된 제86차 당 최고위원회의가 될 전망이다.

    하 최고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가 100% 무조건 보이콧하려는 건 아니다"라며 "내일 최고위엔 들어갈 명분이 없다. 손 대표가 명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월요일 회의에서 손 대표가 말하는 것을 보고 행동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현재 자진사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하 최고위원의 최후통첩으로 갈등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양측이 계속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사실상 진흙탕싸움일 뿐이다.

    하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위한 대표당원 모집은 지역위원장이 3명씩 추천해 시·도당위원회에서 승인하면 되고, 이들의 3분의 1명의 서명이 있으면 전당대회 소집이 가능하다"면서 "전당대회를 포함해 손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