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야당이 정의용 안보실장 묶어둬서 일 커져"… 靑 "그건 위기관리와 무관" 선 그어
  •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이종현 기자
    강원도 고성의 대형 산불 진화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난데없는 '네 탓' 공방을 벌여 논란에 휩싸였다. 위기상황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묶어뒀다는 주장인데, 오히려 청와대가 "해당 건은 위기관리와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민주당만 쓴 입을 다시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최악의 국가재난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민주당이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5일 오후 논평을 내고 "정치권은 물론 국가구성원 모두가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세력은 국가재난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한국당 공격에 몰두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전날 운영위에서 산불 이야기는 없었다"며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었다면 윤준호 민주당 의원도 질의를 하지 않았어야 논리적으로 맞다. 청와대에서 어제 저녁 식목일 관련 사진을 SNS에 올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화재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안보실장도 이석하게 됐는데, 이런 사실관계는 무시하고 마치 국가재난의 책임을 한국당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후진적 선전선동술에 불과하다"며 "대응하는 것도 시간낭비 같지만 국민들께 제대로 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 홍영표 운영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홍영표 운영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민주당 "산불 난리인데, 한국당이 정의용 실장 잡아둬"

    지난 4일 저녁 7시15분쯤 발생한 고성산불 발생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부터 시작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었다.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경호처를 상대로 한 질의를 받던 참이었다.

    청와대 업무보고는 오후 7시50분 정회 후 9시20분에 재개됐다. 당초 정 실장은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자리를 뜨겠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한국당은 질의를 이유로 이석을 불허했고, 이에 정 실장은 오후 10시30분이 넘어 국회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은 그 뒤 민주당에서 "한국당이 홍영표 원내대표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의용 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뒀다"고 집중공세를 가하면서 시작됐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질문이 중요하냐, 생명이 중요하냐"며 한국당을 비난했다.

    나경원 "그 정도 심각성이었다면 왜 얘기 안 했나"

    한국당은 "정의용 실장의 관련 언급이 없었다"는 주장으로 반박했다. 정 실장이 당초 산불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자리를 뜨겠다는 양해를 구한 적이 없었고, 그로 인해 한국당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반응이) 유감스럽다. 이 부분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이상하게 쓰고 있는데, 정작 정의용 실장 본인이 산불로 인한 이석의 필요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저희가 정확한 상황파악이 어려운 부분 있었다는 점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 9시20분 개회하고 나서도 산불의 심각성이나 그로 인해 안보실장이 이석해야겠다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다"며 "9시30분이 지나 홍 위원장이 '불이 났는데 보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심각성을 모르는 상황에서 서너 분 질의가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 질의를 이어가는 게 어떠하냐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靑 이러지도 저러지도... "정 실장 없다고 문제없어" 일축 

    일각에서는 "산불 났는데 양복 입은 정의용 안보실장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찾는 것이 실제 진화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민주당의 남 탓 행태는 아이러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도 이와 관련 "문제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여당으로서는 야당 비난의 도구로 활용했지만, 정부로서도 ‘정의용 빈 자리’를 언급하는 게 자충수가 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의용 실장의 국회 운영위 출석으로 대응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현장 소방인력 투입과 진화작업은 위에서 꼭 지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즉시 대응할 것들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정의용 실장 대신 김유근 1차장을 먼저 보내 긴급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며 "그 뒤 정의용 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순서로 도착했다. (정 실장이 자리를 비워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