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충청권 모텔 30곳 헤어드라이어 등에 설치… 불법 영상물 800개 인터넷 방송
  • ▲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게자가 숙박업소 객실에 설치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게자가 숙박업소 객실에 설치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모텔에 ‘1㎜ 초소형 몰카(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촬영해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몰카를 설치한 곳은 영남·충청권의 모텔 30곳으로, 피해자는 16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몰카’로 불특정다수를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50)·김모(48) 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최모(4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 ▲ 셋톱박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경찰청
    ▲ 셋톱박스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경찰청

    셋톱박스·헤어드라이어·콘센트 등에 설치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지난 3월3일까지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의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무선 IP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 명의 사생활을 촬영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서 생중계한 혐의다.

    박씨는 객실을 단시간 ‘대실’해 숙박업소를 돌며 셋톱박스 전면 틈새나 콘센트·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뚫린 작은 구멍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렌즈가 1㎜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여서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고, 작은 구멍만 있어도 촬영할 수 있었다. 김씨는 박씨가 카메라를 설치하면 원격으로 실시간 촬영 영상을 확인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만들어 불법촬영 영상 803개를 실시간 중계하거나 일부 편집해 VOD를 판매했다.

    해당 사이트는 생중계 영상 일부를 무료로 제공하다 사생활 장면이 나오면 유료로 전환하거나 유료회원에게는 사생활 장면만 모은 편집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사이트 구축과 서버 운용, 동영상 편집 등은 김씨가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내부에서 발견된 카메라ⓒ경찰청
    ▲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내부에서 발견된 카메라ⓒ경찰청

    유료회원에 사생활 장면 제공… 3개월간 700여 만원 벌어

    경찰 조사 결과 사이트 전체 회원은 4099명이고, 이 중 97명이 유료 결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3개월간의 범행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700만원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입건된 임씨는 중국에서 카메라를 들여오고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고, 최씨는 사이트 운영자금 3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경찰은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하고, 모텔에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철거했다. 다만, 이들이 제공한 영상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에는 경찰이 새로 개발한 ‘무선 IP카메라 탐지기법’의 역할이 컸다.

    기존 방식은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나 적외선을 포착하는 식이어서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가야만 탐지할 수 있었다. 반면 새로 개발한 탐지기는 무선 IP카메라가 통신할 때 발생하는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 세기를 결합하는 것으로, 수m 떨어진 곳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경찰 “스마트폰 불빛으로 몰카 설치여부 확인”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 측에서 객실 내 셋톱박스와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스피커 등의 틈새나 작은 구멍이 뚫린 곳,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가 꽂힌 곳 등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이용자는 객실 불을 끄고 스마트폰 불빛을 켜 렌즈가 반사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면 카메라 설치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