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변호인단, 핵심증인 심문도 요청… 재판부 3월 6일 허가 여부 결정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데일리DB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보석 여부를 놓고 변호인단과 검찰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변호인단은 "건강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 허가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위중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보석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검토해 다음달 6일 보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석 청구 본질은 방어권 보장"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7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 변경에 따라 향후 재판 일정과 쟁점 등을 다시 정리하는 자리였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의 보석 허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 청구의 본질은 건강이 아니라 방어권 보장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세간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질병 때문에 변호인단이 병보석을 청구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이는 핵심이 아니다"라며 "보석 청구의 본질은 병보석이 아닌 충실한 심리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이 아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방어권 보장 기회를 달라"며 "거주지 제한은 집과 병원으로 하고, 보석금은 1억으로 해 보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핵심 증인 불출석, 재판부 변경에 따라 구속만기내 선고 불가능

    변호인단은 ▲구속만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핵심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재판부가 변경된 점 등도 보석 청구를 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당초 항소심 공판기일에 따르면 이미 증인신문이 거의 끝나고 결심을 할 시기이나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며 "하나는 소환장 송달이 안돼 이 사건 핵심 증인들의 신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항소심 기일이 4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재판부가 변경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만기일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한 달 반 정도인데, 그 기간 동안 새롭게 구성된 재판부가 10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검토하고 증인신문과 결심을 거쳐 선고를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남아있는 것은 4월8일 자정으로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할 것인지, 아니면 한 달여 앞둔 지금 석방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핵심 증인 불출석과 관련 "김 전 기획관은 헬스클럽에 나가고 있고, 이 전 부회장은 장례식장에 참석했다"며 "증인들이 의도적으로 소환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 검찰 공소사실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핵심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획했지만, 이들이 증인신문에 모두 불출석해 재판전략에 차질을 빚었다.

    검찰, "건강 위급한 상황 아냐" 보석 청구 기각 입장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석방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하며 보석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수감된 동부구치소 내에 급사위험환자들이 관리되고 있으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의 보석 신청이 기각된 사례를 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그럼에도 재판부가 보석을 결정한다면 보석조건에 대한 입장을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증인 불출석에 대해선 증인 채택을 취소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이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에 3월4일까지 보석 조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다음 공판기일인 3월6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일 진행 놓고도 공방…재판부 3월6일 기일 공지

    한편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향후 기일 진행과 관련된 공방도 이어졌다.

    검찰은 "재판부 사정에 의해 재판이 지연된다면 본 재판이 지니는 중대성과 상징성에 비춰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내에 예정된 심리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말하는 '재판부 사정'이란 최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변경된 일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맡았던 김인겸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신임 차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지난 12일 항소심 재판장은 정준영 부장판사로 변경됐다. 최근 주심판사 역시 박성준 판사에서 송영승 판사로 변경되면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전면교체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은 피고인이 당할 형사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이지, 그 기간 내에 피고인이 반드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다"라며 새롭게 배정된 재판부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10만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충실히 검토하고 핵심증인들을 신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월6일 항소이유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프레젠테이션(PT)을 청취한 뒤 3월15일까지 증인신문기일을 잡았다. 나머지 증인의 신문기일은 3월6일에 새로 공지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구속만료기한인 4월8일까지 재판을 끝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