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계약, 보험료 대납 등 관행화… "금감원 출신 보험대리점협회장 봐주기" 논란
  • 금융감독원이 보험대리점업계 규제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험대리점업계는 지난해 말 기준 38조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안들이 마련되지 않아 위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보험설계사 무자격자의 보험모집과 경유계약, 보험료 대납 등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안일한 태도가 보험대리점협회장인 K씨 등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월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 총 52건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이중 88.46%인 46건이 보험업계에 몰렸다. 제재의 대부분이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의 영업행태를 점검하는 보험영업검사실의 적발로 이뤄졌다. 주요 적발사유는 보험대리점들의 ‘경유계약’이었다. 

    ◆위법행위 만연한 보험대리점 업계

    '경유계약'이란 본인이 아닌 다른 보험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말한다. 법제처에 따르면 보헙업법 제97조는 ‘보험계약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적발에 걸린 보험설계사들은 본인이 모집한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이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최근 급속도로 덩치를 불린 보험대리점에서 보험사보다 보험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들도 수수료를 더 받기위해 보험대리점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제재 사유에는 ‘특별이익 제공 금지의무 위반’도 다수 발견됐다. 이는 보험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고객에게 선물이나 첫 달 보험료 등을 대납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 역시 보험업법에 따라 금지된 행위이지만 보험대리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보험대리점(GA) 사실상 방치상태

    금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보험대리점 수는 4482개다. 소속된 보험설계사가 3000명이 넘는 대형 보험대리점 역시 13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판매실적은 지난해 3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000억원)이 늘었다. 지난 2015년 35조에서 2016년 37조5000억원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험대리점들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외형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설계 무자격 모집이나, 경유계약, 보험료 대납 등의 위법행위가 만연해 있음에도 금감권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월 적발된 업체들도 대부분 ‘과태료 부과 건의’와 ‘주의적 경고’ 등의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  

    보험사들이 금감원에 수수료 규정 개정에 대한 요구를 하자 보험대리점 대표들이 몰려나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최근 보험대리점들은 커진 덩치를 발판삼아 설계사들에 대한 수수료나 각종 지원 등을 강화하며 보험계약을 빨아들이고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보험대리점들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보험사가 잡아먹힌 형태다. 이제와서 문제가 많으니 잡아달라고 해봐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원죄는 금융당국에서 보험대리점들을 방치해논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대리점협회장이 ‘금감원’ 출신이라서?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안일한 행태가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영향력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보험대리점협회장은 K씨가 맡고 있다. K 회장은 보험계리실 실장과 분쟁조정국 국장 등 금감원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다. NH농협생명의 상근감사위원으로 있다가 지난해 보험대리점협회장을 맡았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보험대리점들은 경쟁적으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감사나 준법감시인 등으로 모시며 유착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대리점들의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존재한다”며 “과연 금감원에서 보험대리점업계에 대한 규제 의지가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