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가 복귀 후 '혁신성장' 강조했지만… '규제완화=위험' 민주당 인식부터 바꿔야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막연한 공포심을 가진다. 인간에게 영원히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는 '죽음'은 공포심으로 가득한 영역이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고 저축을 하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안전장치'를 통해 공포심을 줄이면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한 개인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안전장치'로 대중의 공포를 줄여나간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잘 만들어진 규제는 무질서를 막아 미래의 막연한 공포심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지만, 과하면 부작용을 불러온다.

    주차장에서 도로로 자동차를 끌고 나가기 위해 지나치게 많고 불편한 안전 단계를 거쳐야 한다거나, 인터넷 보안을 위해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여러 차례 인증을 거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면 이것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삶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안전장치'를 넘어선 규제개혁에 다시 한번 팔을 걷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복귀하자마자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혁신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계속 머뭇거려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8일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장에 기반한 신속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도통 속도감이 나지 않는 가운데 253일 만에 다시 규제 개혁을 외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에는 "이대로는 부족하다"며 규제 혁신 점검 회의를 연기하기도 했다.

    민주당, 규제 완화를 '위험한 것'으로 인식

    문 대통령은 그간 최저임금 상승 등 소득주도성장에서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으나 이것만으로는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경제의 '견인장치'가 아니라 일종의 '안전장치'였기 때문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모두 지난 2017년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고, 일자리 창출 역시 전 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반영된 이후인 2018년 2월부터 급격히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문 정부의 또 다른 경제성장 돌파구인 '혁신성장'도 답보 상태다. 이런 요인들이 문 정부의 저조한 경제성장 지표에 영향을 주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이미 전임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를 위해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 제거,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 뽑기'를 상징적으로 내세우며 규제 완화에 큰 공을 들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규제가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은 새 규제가 생긴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당장 '집안'인 민주당부터 규제 완화를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민주당은 당장 10년 가까이 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규제에 발묶인 서비스산업

    민주당은 그간 규제완화법안이 국회에 들어올 때마다 '독소조항'을 이유로 법안의 개정을 거부해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는 대통령령으로 서비스산업의 범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 추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여당이 된 이후에는 이미 존재하는 보건의료 관련 법의 개정만으로 충분한 의료서비스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 중이다.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논리도 들어가 있다.

    박근혜 시절 지금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의 경우에는 최근 민주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규제혁신 5법과 내용상 차이가 적은 만큼 단일안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기류도 포착되지만, 진짜 그랬다면 왜 야당 시절 몇 년 간 반대해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6일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중국도 지난 90년대부터 주력산업이 이미 자영업,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전반적인 생산성으로 보면 서비스업은 상당히 낮다. 결국은 규제 때문"이라고 했다. 규제가 원인이라면 약간의 위험성을 감수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편 '불편함을 개선한다'는 취지가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규제로 느껴질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듯한 케이스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국무회의에서 "아이들이 교복을 받으면 더 수선해서 몸에 딱 맞는 식으로 입는다"고 언급, 여학생들이 편하게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실제 교복을 소비하는 여학생들의 선택과는 반대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