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31%, 배추값 30% '물가폭탄'… 콜라, 즉석밥, 어묵, 설탕, 냉면, 삼겹살 줄줄이 인상
  •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소비자물가가 갑자기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전체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8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도 1%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다르다. 농작물과 가공식품 등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겨울 맹추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쌀값, 1년 만에 27%… 고춧가루는 57% '껑충'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20㎏ 기준, 4만7334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평균가 3만 7388원보다 무려 27%나 뛴 가격이다. 

    쌀값이 급등한 이유는 물량 부족 원인이 가장 크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97만2000t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37년 만의 최저치다. 쌀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기상 변화로 작황이 나빠진 탓이다. 최근 수년간 쌀 풍년으로 과잉공급이 이어지며 정부가 37만t을 사들인 것도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됐다. 

    국내산 고춧가루 가격은 쌀 가격보다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소매가격 기준 kg당 2만 2607원이던 고춧가루 가격이 3만 1353원으로 인상됐다. 1년 전에 비해 57%나 오른 셈이다. 무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45%, 고구마는 31%, 배추값도 30%나 오르며 소비자의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콜라, 즉석밥, 어묵, 설탕도 줄인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품·외식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이미 1인 가구부터 다가구까지 자주 찾는 즉석밥 가격을 9% 가까이 올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콜라(9.0%)·즉석밥(8.4%)·어묵(7.1%)·설탕(6.8%) 등 식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즉석식품 가격도 대거 인상됐다. 지난달 초 주요 간편 식품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라면(2.1%) 즉석카레(3.8%) 탕 종류 (1.4%)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인 직장인 김모씨(27)씨는 "최근 쌀, 채소, 즉석식품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소비하는 식품류 가격이 올라 살림살이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살이 중인데 월세도 매년 오르기만 해서 야속하다"고 했다. 또 "당장 기본 지출이 커지니 사회 초년생 월급으론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외식 메뉴 8개 중 7개 가격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에도 외식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 8개 중 7개 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폭이 가장 큰 메뉴는 냉면으로, 한 그릇 평균 가격이 8769원. 지난해 같은 달 (7962원)보다 10.2% 올랐다. 삼겹살 가격은 200g당 1만6489원으로 지난해보다 5.6%(868원) 올랐고 김치찌개 백반(2.6%), 칼국수·김밥(1.8%), 비빔밥(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민 음식이라 불리는 '치킨'도 사실상 가격이 올랐다. 일부 치킨업체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배달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8일 배달 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9.6%가 "치킨 배달료 인상은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 79.9%는 "어떤 이유든 배달료는 왠지 지불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다. 65%는 "배달료를 따로 지급해가면서까지 배달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강서구의 직장인 김모씨(28)는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료를 받았다"라며 "배달을 잘 안 시키게 된다"고 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외식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걱정이 더해지고 이다. 이같은 걱정은 "여름철 장마 등으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수급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