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 위치가 알려주는 공략 포인트… 최재성 '서민층' vs 배현진 '여성표' vs 박종진 '학부모'
  •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총 12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이라고도 불린다. 

    그중 서울 송파을 지역은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불린다. 이른바 선거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 MBC 간판 앵커였던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 자신의 이름을 건 시사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던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의 빅매치가 있는 곳이다. 인지도 측면에서 보자면 누구 하나 빼놓기가 어려워 선거 판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빅매치답게 후보들은 각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선거 사무소 위치부터 묘한 기류를 풍긴다. 

    선거학 개론 하나, 접근성이 좋고 후보자 대형 현수막이 잘 보이는 곳을 선점하라. 실무진들은 선거 사무소 위치를 놓고 고민한다. 

    치열한 선거 운동.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보통 유동 인구가 많은 사거리에 선거 사무소를 차린다. 그러다보니 한 사거리에 선거 사무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은 2주, 하지만 예비 후보 활동을 감안하면 5개월 정도 선거 사무소를 운영한다. 짧은 기간만 사용하는 경우라 임대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물밑 경쟁이 벌어지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선거 기간 사무소 위치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셈이다. 

    송파을 후보 3인의 사무소 위치야 말로, 선거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현장이다. 특히 각 후보의 선거 사무소는 이상하리만큼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이유가 궁금해 직접 현장을 둘러보니,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사무소 위치를 중심으로, 각 후보들의 주요 공략층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재성이 노리는 빈틈은 서민층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한 송파을을 공략해야 한다. 송파을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출신이 당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보수 텃밭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최재성 후보는 험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 '빈틈'을 노렸다. 송파을은 강남 3구로 분류돼 이른바 '부자 동네' 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소득 격차의 차이가 꽤 난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곳에서 최 후보는 '서민층'을 공략했다.

    선거 사무소가 위치한 곳은 삼전사거리. 잠실본동과 삼전동 사이에 위치한다. 두 곳 모두 이른바 빌라촌으로 불린다. 송파을 아파트 단지보다 개발이 취약한 곳이다. 노후 빌라촌으로 서민·충산층이 밀집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민층의 대변자를 자처해온 만큼, 당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층을 위한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도보 10분 거리에는 새마을 전통시장이 있다. 송파을의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대선 후보들도 송파을 지역을 찾을 때면 종종 들르는 곳이다. 서민 민심을 잡기에 안성맞춤 장소에 선거 사무소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 후보의 선거 사무소 건물은 이 지역에 몇 없는 고층 건물로, '접근성과 현수막이 잘 보이는 캠프를 선점하라'는 선거학 개론에 딱 맞는 장소다. 선거 사무소 빌딩에는 '했다 한다 실력은 최재성'이라는 문구와 후보자 얼굴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이 세로로 길게 펼쳐져 있다. 

  • ◇배현진의 승부처... 전통적 우군·여성 유권자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의 선거 사무소는 잠실새내역 사거리에서 도보 5분 정도에 위치한 고층 빌딩에 자리잡았다. 10층에서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무소 주변 아파트에서는 배현진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배 후보 사무소 역시 선거학 개론에 충실한 장소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배현진 후보의 홍보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후보의 선거 사무소 위치로만 보면, 전통적 우군인 고소득층과 중산층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는 여성 정치 신인인 배 후보가 아파트 단지를 공략하며 '여성 유권자의 입심'을 노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거는 이른바 '입소문'이 중요하다. 여성 유권자들이 '누구는 믿을만 하다더라' 라는 증인이 될 경우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인회, 부녀회 등 여성 유권자 모임에서 배 후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면 일종의 '밴드왜건'(의사 결정시 강자나 다수파를 따라가는 심리 현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어떤 모임이든 집단 안에서 타인의 의견이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는 오피니언 리더가 있다. 배 후보에게는 여성 유권자 한 명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나비효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래서일까. 배 후보의 선거 사무소 안에는 '여자 만세! 송파 만세!'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배 후보의 SNS를 살펴봐도 여성 유권자들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아침 에어로빅을 하는 사진이 유독 눈에 띈다. 

  • ◇아이 넷 아빠 박종진의 학원 사거리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의 선거 사무소는 '학원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교육은 애 넷 아빠 박종진'이라는홍보 슬로건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자리다. 심지어 박 후보 사무소 건물의 3층 계단을 올라가면 국어·수학 학원이 나온다. 

    박 후보의 1번 공약은 삼전동 석촌동 빌라촌 일대의 전면 재개발이다. 인근 종합운동장 일대가 대규모 복합지구로 변모하는 것과 비교해 낙후된 빌라촌을 신도시화 한다는 계획이다. 

    2번 공약은 보육 공약으로 강남3구로 분류돼 땅값이 비싼 송파을 지역의 어린이집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박 후보의 주요 공약과도 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선거 사무소가 자리 잡았다. 

    박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맞게 앞으로는 학원가와 일반 주거 단지가, 뒤로는 빌라촌 일대가 있는 학원 사거리에 캠프를 차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공약의 진정성을 배가하는 위치로 손색이 없는 것이다.  

    박 후보는 자신의 전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대형 현수막에 가족 사진을 넣었다. 박종진 후보, 후보의 부인, 네 명의 자녀 사진이 담겼다. 현수막에는 '아이들의 우리의 미래입니다-아빠생각',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입니다-엄마생각'이라는 문구를 넣어 학부모 민심 잡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