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둘러싼 내홍 '점입가경'... 시작하기도 전에 선거 포기했나?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왼쪽)과 홍준표 당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왼쪽)과 홍준표 당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자유한국당의 당권 경쟁이 미리부터 심화하는 모양새다. 29일과 30일 연이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전 원내대표 사이의 갈등이 불거진 것도 선거 이후로 예상되는 당권 경쟁의 서막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29일 한국당 4선 중진의 정우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를 겨냥한 글을 썼다.

    정우택 의원은 "우리 당은 경제·사회 질서를 수호할 유일한 수권 세력임에도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과 정국 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 미래 지향적 좌표 설정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 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향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 의원을 저격하는 글을 올려 반격에 나섰다.

    홍 대표는 정우택 의원을 향해 "유일하게 충북에서 자기 지역 도의원 공천도 못하고 민주당 후보를 무투표 당선시킨 사람이 이제 지방선거 전체를 아예 망쳐 놓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또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이러한 행보를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물밑 기싸움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의원과 홍 대표의 설전에서 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정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는 30일 전날 정 의원이 홍 대표에게 사실상의 사퇴 요구를 한 것에 이어 "대표는 백의를 입고 종군해야 한다"며  정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 후보는 홍 대표가 정 의원의 백의종군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응수한 것을 두고 "참담한 심경"이라며 "저를 포함해 지방선거에서 홍의를 입고 악전고투하는 대부분의 우리당 후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표님의 백의를 입고 헌신해줄 것을 고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충청도를 대표하는 중진의원인 정우택 의원의 진정 어린 충정을 개소리로 치부하는 대표의 참을 수 없는 입의 가벼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충청인 모두는 과거 '핫바지'로 비하된 처참함 그 이상으로 모멸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후보가 홍 대표의 정 의원 저격 발언을 '충청권 무시'라는 프레임으로 확대시킨 것도 정 의원과 충청권 의원들의 일종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당권을 놓고 정우택 의원이 충청권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당권 도전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상황에서 선거 흥행에도 실패한 이상 이미 예고된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