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출연 "제가 백 번 천 번 출마해 이분이 뭘 잘못하고 있는가 낱낱이 고해야"
  • ▲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그는 5일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그는 5일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겨냥해 "이분의 말씀을 들어서는 정말 잠이 안 온다"며 "제가 그야말로 백 번 천 번 출마해서 이분이 뭘 잘못하고 있는가를 낱낱이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7·3 전당대회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홍준표 전 지사의 '독주 견제'를 명분으로 친박계가 당권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이 왕따 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문종 의원은 "홍 전 지사가 말씀하신 대로 다 바퀴벌레라 하고 빼버리면, 1%를 갖고 정치하겠다는 것이냐, 2%를 갖고 정치하는 것이냐"며 "아주 극소수의 홍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참 걱정이 태산 같다"고 했다.

    이어 "(대선에서 기록한) 24% 역시 홍준표를 찍은 게 아니다. 바로 친박이고 바른정당에서 온 분들"이라며 "한국당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해서 찍은 것인데, 이분 계산대로 이 사람 빼고 저 사람 자른다면 24%는 턱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분이 당을 이상하게 나누어놓고 분탕질해놓고 있다"며 "다만 홍 전 지사의 잘못을 제가 당원들에게 국민에게 낱낱이 고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나마 반쪽의 반쪽밖에 안 되는 한국당이 이전투구하는 모습으로 보여 우리 당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까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문종 의원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비판한 것은 홍준표 당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준표 전 지사앞서 지난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불출마하는 상황 속에서 자유한국당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홍준표 전 지사는 처음에 10%도 못한 지지율에서 출발했지만, 영남 지역 유세에 집중한 끝에 막판 지지세를 한 곳에 결집, 2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그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는 당 사무처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선거자금 지출에 소극적이다'라는 말이 떠돌았다. 4월 초에는 강경한 보수 논객들 가운데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막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푸념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홍준표 전 지사는 포기하지 않고 유세를 계속했다. 자신에 대한 언론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세가 바뀔 것"이라고 공언했고, 거침없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한데 모았다. 스스로 "좌파들의 민중 혁명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친박계는 이를 놓고 "홍 전 지사의 전략은 확장성이 부족했다"고 맞섰다.

    실제로 홍문종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저희가 수도권에서 일제히 3등을 하지 않았냐"며 "홍 후보가 잘하는 '노이즈 마케팅'은 수도권에서 오히려 혐오감을 일으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광고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룬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전 지사는 "은행으로부터 메일 체크 당하고 방송 광고를 1, 3번 후보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홍보비도 최대한 절감하며 치른 선거이지만 국민 여러분의 지지로 자유한국당은 복원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대선 기간 내내 꾸준히 대립했던 홍준표 전 지사와 친박계 간 대립 구도를 감안하면, 당내 최대조직을 가진 친박계 홍문종 후보가 출마할 경우 7·3 전당대회는 홍준표 후보와 홍문종 후보의 대립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편,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귀국 후 당권 준비에 대해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홍 전 지사는 당권 준비와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5일 오전에도 친박계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패장이 귀국하는데 환영하러 공항에 나오신 인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마음 둘 데 없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대선 패배에 대해 사죄드리고 앞으로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