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대립 엇갈린 평가 "강한 야성 보여줬다" vs "명분·실리 모두 잃어"

  • ▲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은 표결에 반대함으로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은 표결에 반대함으로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이 31일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표결에 불참하며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향후 정국에서도 강경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의장 불신임안을 비롯해 모든 대처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상태로 봐서는 (앞으로도 협치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가 아니라 청문회를 할지 안 할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며 "(앞서)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고 했기에 (향후 검증도) 그에 맞춰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이같은 반응은 앞서 본회의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강행 처리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줄곧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 부인 그림 강매 의혹 등을 거론하며 "임명 동의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에는 "본회의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나 여당의 여러 조치에 대해 기다리겠다"며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반응을 표시해주시길 기다리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협조키로 하면서 임명동의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여당은 속도를 내 임명동의안을 밀어붙였다 .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간단히 의사보고를 들은 직후 곧바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우선 상정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석 방향에서 "협치의 정신을 지키는 거냐",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 표결이 강행될 기미를 보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항의의 의미로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결국 이낙연 총리 후보 인준안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총투표 188표 중 찬성 164표, 반대 20표, 기권 2표, 무효 2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1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심각한 표정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싱긋 웃으며 자유한국당 의원에 악수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1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심각한 표정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싱긋 웃으며 자유한국당 의원에 악수를 건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후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낙연 후보자의 ▲당비 대납 의혹 ▲부인 그림 강매 의혹 ▲위장 전입 문제 ▲아들 병역면탈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끝까지 '강한 야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이같은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다른 당과는 달리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결에 참가하되 반대한 바른정당, 처음에 반대하다가 협조로 돌아선 국민의당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기반으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효과적으로 꼬집었다는 평가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다른 것이면 몰라도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의 원칙론을 뒤집은 것"이라며 "나중에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4선 국회의원에 전남지사를 지낸 바 있는 이낙연 후보자를 무조건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한데다, 되레 강한 반대로 인해 향후 전략 수립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자유한국당 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세운 5대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은 어디까지나 원칙론"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 해야 하지만, 총리후보자로 안 된다며 끝까지 버틸 문제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앞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도 반대로 일관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개탄했다.

     

  • ▲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 표결중인 의원들을 향해
    ▲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 표결중인 의원들을 향해 "협치를 한다더니 정권을 잡자마자 날치기를 한다"며 비난에 열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의원과도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로텐더홀에서 시위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보고는 "여기서 뭐하노, 가서 지기 버려야지"라며 비아냥거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곧바로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조 의원은 "정권을 잡자마자 날치기 하면 되느냐"며 "협치한다며,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말했다.

    나아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니들이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고 어디 한 번 해보라"며 "할 얘기가 있으면 해보라"고 비난했다.

    이를 들은 민주당 의원 중 한 사람은 "대통령 후보의 품격을 지키라"고 응수했다.

    한편, 정부 출범 21일만에 국회 인준을 거친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민생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당정 협의는 물론 야당과 소통도 원활하게 해서 국회와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등 이전 정권과 연결된 현안에 대해서는 "국민이 수용하실만한 이유와 방법을 가지고 해나가면 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