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충청 결집에도 부산·수도권 영향에 바람 막힌 듯 했지만… 선거 막판 세 결집 확인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후 대한문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후 대한문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선거활동 마지막 날인 8일, 하루 400km가 넘는 강행군 일정을 통해 동남풍을 수도권으로 끌어 올리는데 혼신의 힘을 쏟는 모양새다.

    부산에서 서울로 '3점슛'을 날린 셈으로, 경기종료를 울리는 경보음과 함께 공이 림을 관통하는 '버저비터'가 19대 대선에서도 일어날지 주목된다.

    홍준표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 광장 유세에서 "어제부로 우리가 이겼다"며 "우리가 투표장만 나가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은 선거가 아니라 체제 선택의 전쟁"이라며 "그거 (안철수 후보) 찍으면 사표가 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는 전날 오후와 이날 오전 부산 거점 유세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대구, 대전, 천안을 거쳐 서울을 방문했다. 영남에서 부는 홍준표 바람을 수도권으로 불게 해 대선에 이기겠다는 계획이었다. TK에서 패스를 받아 부산에서 슈팅, 서울에서 골을 넣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홍 후보는 앞서 지난 3월18일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한 후 줄곧 '보수대결집'을 위해 공을 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갈갈이 찢긴 보수를 한 데 모으기만 한다면 문재인 후보와 해볼만한 구도라는 판단하에 이뤄진 선택이었다.

    홍 후보는 보수 결집을 위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그리고 충청을 집중적으로 돌며 보수의 가치를 역설했다. 지지세 결집을 위해 강성이라는 비난에 귀를 막았고, 각종 네거티브에서도 "이제 내가 점점 무서워지는 모양"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한때 안철수 후보가 보수 표를 모으며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듯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곧 양강구도가 될 것"이라며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당이 호남 표를 갈라먹을 것 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라 말했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 거리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후 대전 으능정이 거리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추격의 발판은 TV토론회였다.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햇볕정책'에 대해 물어 그의 안보관을 비판했고, 문재인 후보에게는 "북한이 주적 아니냐"는 질문으로 그의 말문을 막았다. 홍 후보의 '세탁기'발언은 이번 대선 최대 이슈가 된 발언이었다. 적절한 유머와 재치, 그리고 뚝심을 통해 그는 인지도를 지지로 바꿔나갔다.

    두 후보의 실망스러운 안보관에, 그의 배짱 섞인 말대로 상승세가 일어났다. 대구·경북에서 결집이 확인된 뒤, 경남에도 지지세가 확산됐다.

    다만 꽤 많은 스코어를 따라붙었음에도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캐스팅 보트'를 쥔 부산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고향인 부산은 삼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부산에서 확실한 세를 보여주지 못하면 수도권 민심도 홍 후보를 확신하고 투표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여론조사상으로는 '실버크로스'가 눈으로 확인된 시점에 공표금지기간에 돌입했다. 비유하자면 경기 종료 시각이 째깍째깍 다가옴에도 슈팅의 기회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셈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민심의 풍향계이자 충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쥐고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사실상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찰떡같이 붙으시라"며 "몸이 건강하면 지원유세라도 좀 할텐데"라 했다. 파급효과는 분명했다. 지난 6일 홍준표 후보가 다시 찾은 부산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전 부산역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8일 오전 부산역 유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홍준표 후보에 대한 견제를 강하게 하지 않았었다. 홍준표 후보를 찍는 표심이 클 수록 1강 2중 구도로 선거가 전개돼 문재인 후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PK에서 홍 후보의 상승세는 더불어민주당에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타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여러가지 말들을 내놨다.

    그 과정에서 실책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은 페이스북에 현장에서 느낀 PK의 바닥민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패륜 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의 전반적인 문맥은 PK의 바닥민심을 적고 있었다. 때문에 문 단장의 글은 보수를 겨냥해 패륜집단이라 칭한 것으로 읽혀 논란을 낳았다. 문용식 단장은 곧 "패륜후보로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글을 수정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거셌고, 그는 결국 자진사임했다.

    설훈 의원 역시 논란이됐다. 그는 "다른 후보를 생각하면 맛이 간 사람들"이라고 유권자를 싸잡아 비난해 논란이 됐다. 홍 후보로서는 막판 슛을 쏠 기회를 잡은 셈이다.

    홍 후보는 결국 이날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대한문 앞 유세에서 시청광장 앞-프레스센터 앞까지 가득찬 인파를 집결시키며 막판 세 결집을 과시했다. 면적으로 볼 때 광화문을 가득 메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은 손가락으로 2번을 의미하는 'V' 자를 보이며 홍 후보에 지지를 보냈다. 시민들이 팔을 흔들자 대한문 앞은 물결치며 장관을 연출했다.

    PK에서 쏜 슛이 수도권에 다다른 것까지는 확인 된 셈이다. 홍 후보가 과연 '버저비터'를 통해 막판 대역전극을 벌일 수 있을까. 오는 9일 개표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