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 호소하며 대세 굳히기 전략…정치권 의혹 제기도 '고조'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투표 연설에서 '압도적'이라는 단어를 무려 아홉 차례나 언급했다.

    "저는 1등이 아니라 압도적 지지를 호소한다"며 "다른 당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하루 빨리 경선 끝내고, 하루 빨리 판세를 굳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의 표정에선 경선 후보 확정이 문제가 아니라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대세론을 굳혀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최종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도가 표출된 셈이다.

    문 후보는 이날 수도권 경선에서 60.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 누적 득표율 57%(안희정 후보 21.5%, 이재명 시장 21.2%, 최성 후보 0.3%)를 기록, 결선투표 없이 최종후보로 확정되면서 당내 대세론을 입증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적잖게 남아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대 변수는 무서운 기세로 역전을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그동안 대선 지지율 3위에 머물러 있던 안 후보는 최근 당내 지역 순회 경선에서 얻은 압도적 지지세를 바탕으로 전체 대선 지지율 2위로 치고 올라왔다.

    급기야 안 후보는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의 대선 양자(兩者) 대결시 오차범위 밖 격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선판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의 4월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등을 전제로 양자 가상 대결시 누구를 지지할지 물은 결과, 안철수 후보가 43.6%를 얻어 36.4%의 문 후보를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내일신문이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2일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방식의 유선전화면접조사(39.7%)와 인터넷 조사(모바일 활용 웹 방식 60.3%)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유선전화면접조사(지역별 인구비에 따라 표본수를 할당한 후, 기 생성한 유선전화 RDD DB를 활용하여 무작위 추출)와 모바일 활용 웹 방식(지역별 인구비에 따라 표본수를 할당한 후, 이전 조사에서 수집한 조사협조동의 무선전화 DB를 활용하여 무작위 추출)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했고, 응답률은 1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문 후보는 이날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구도가 된다는 것은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당 뿐만 아니라 구여권정당과 함께 연대하는 그런 단일후보가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별로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구여권정당들과 함께하는 후보라면 그것은 바로 적폐 세력들의  정권연장을 꾀하는 그런 후보라는 뜻이 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양자구도 여론조사에 대해 "양자구도는 상식적이지 않다. 두 후보의 맞대결이 이뤄지려면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바로 정권연장을 위한 연대를 의미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열망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지사의 일부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 측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문 후보의 고민거리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위에 오른 안철수 후보는 전주 대비 6.1%포인트 급등한 18.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안철수 후보의 증가한 지지율 6.1%의 대부분은 안 지사의 이탈 지지층을 흡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남녀 2,550명을 대상으로 진행, 무선 전화면접(19%), 무선(71%)·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이며, 응답률은 9.9%다. 그 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안희정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을 여러번 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 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다"며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다. 다 같이, 함께 해달라"고 통합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오는 5일 대선 출마를 예고하는 등 심상치 않은 반문(반문재인)연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 전 대표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 이런 결심을 하게됐다"며 "정당의 세력을 쥔 사람들이 대선에 나오면 국민은 선택을 할 수 없고 그대로 끌려간다.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하는 '통합연대' 구상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경우에 따라 문 전 대표를 꺾기 위한 킹 메이커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경선대회에서 안희정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경선대회에서 안희정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탄력을 받은 국민의당은 '안희정 지지층' 흡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희정 지사의 도전은 친문패권에 가로막혔고 응징대상이 됐다. 이는 '문재인 편'이 아니면 응징한다면 대한민국 60~70%의 국민을 응징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친문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안희정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전 대표의 아들 채용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세도 문 전 대표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제 그만하자"며 스리슬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본선에 올라온 다른 당 후보들의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은 '문재인 아들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문 후보의 해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바른정당은 "고용정보원장과 문재인 후보의 친분관계, 채용공고 기간 축소, 허술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응모기간 종료 후 제출된 서류 등 여러 가지 정황이 특혜 채용의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며 "청문회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히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후보 아들 취업특혜 의혹이 제2의 정유라 사건처럼 커지고 있는데, 문 후보는 시원한 해명 대신 '모두 지나간 일'이라며 말꼬리를 돌렸다"며 "아들 취업특혜와 관련해 무엇인가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날 문 전 대표가 민주당 최종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정치권의 '아들 특채 의혹 제기' 등 '문재인 때리기' 수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