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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영장청구는 ‘정치검찰’의 비극적 결정이다

입력 2017-03-29 14:03 수정 2017-03-30 09:31

검찰은 엊그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공범인 최서원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뇌물 공여자도 구속된 마당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반한다고 했다.

이는 한마디로 ‘정치검찰’의 비극적 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구속수사는 혐의가 소명됐다는 전제 아래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탄핵을 당한 뒤 서울 삼성동 사저에 사실상 유폐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증거인멸이니 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사유가 된다는 판단은 무리한 처사다.

국가원수였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나라의 품격과 대외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일반적 수사와 같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수의(囚衣)를 입히거나 그를 포승줄로 묶어 구치소와 검찰청을 오가게 하는 조치가, 몇 번 더 조사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 지금에 와서 수사에 무슨 실익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죄가 있다면 법원에서 판결한 뒤 수감하면 된다. 그것이 정의 실현이다. 구속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정의의 실현과는 관계가 없다.

형평성을 따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는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3주간이나 고심했다. 또 한명숙 전 총리는 불구속 수사를 하여 5년 뒤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의정활동을 해 온 것과는 어떤 형평성이 적용되는지 검찰은 답해야 한다.

검찰은 소환조사를 통해 이미 박 전 대통령에게 필요한 질문을 하고 그에게서 충분한 답변도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재판에서 법리논쟁만 남아 있지 않은가.

형사소송법에도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더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면 검찰은 대승적 판단을 했어야 했다. 그냥 여론만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앞서 원로 선배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도리조차 다 하지 못한 행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영장청구에 대해 검찰총장이 공을 법원으로 떠넘긴 것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이제 구속수사 여부는 법원의 결정만 남았다. 젊은 영장전담판사가 맡은 모양인데, 그의 고심이 깊을 것이다.

그러나 외환이나 내란의 죄를 범하지 않은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적어도 불구속상태에서 받게 해 주는 게 이치에 맞는다. 그게 나라의 격에도 어울린다고 본다. 법원의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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