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따라 반전된 광주민심 "미워도 문재인"… 반기문 끼어들 자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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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의 대선주자 입장에선 호남 민심 확보는 대선 승리의 필수조건이다. 야권의 심장 호남이 누구를 지지하는가에 따라 대권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호남의 평가는 냉혹했다. 잦은 말 바꾸기 논란에 정치투쟁만 일삼고 호남을 우롱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이런 호남의 민심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반문(反문재인)정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문풍(文風·문재인 바람)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실제 무등일보 의뢰로 '리서치뷰'가 지난 24일부터 호남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 특집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ㆍ바른정당을 제외한 야권주자 다자대결에서 44.6%로 1위를 차지했다. 16.7%로 2위를 기록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두 배 이상인 27.9%p차로 압도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일 2017년 첫 새해 일정으로 야권의 심장인 광주의 무등산을 찾은 뒤 "좋은 기운을 받아 새 시대, 새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표가 새해 첫날을 광주에서 시작한 것은 아직 호남 민심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문 전 대표는 호남을 여러번 방문하며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는 제스처를 취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설 명절을 앞둔 최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민심잡기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2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 광주 출범식에는 9천여 명의 인파가 몰려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세(勢)몰이'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읍소 전략을 택했다. 그는 "호남에 대해 송구하다", "'광주가 저를 알아주겠거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등 '고해성사'를 한데 이어 23일에는 광주·전남 언론포럼에선 "호남은 자식 잘되라고 회초리를 든 민주당의 어머니"라며 고개를 숙이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또 "한 번만 더 문재인의 손을 잡아달라"고 절박한 표정을 지우며 노골적인 구애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전략이 통했던 것일까. 지역에선 "미워도 문재인"이라는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당시 뉴데일리와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문 전 대표를 탐탁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세주자인 만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광주 서구에서 택시를 운영 중인 정모 씨(61)는 "예전에 비해 문 전 대표의 인기가 많이 올랐다"며 "반문정서는 이제 옛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같은 정서 변화에 대해 "지지할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문 전 대표가 그나마 낫다"며 "정계은퇴 번복은 논란거리도 아니다"고 했다.

    금화로에서 만난 노모 씨(54)도 "특별히 좋아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대세는 문재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주 혁신도시 주변에선 오히려 반안(反안철수)감정이 감지됐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창수씨(48)는 "원래 국민의당을 지지했는데 뭐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안철수 전 대표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옆자리에 있던 김씨의 지인은 "문 전 대표에 대한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최순실 사건 이후 '미워도 다시 한번 문재인'이라는 지지 목소리가 확산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 이모 씨(49)는 "지난해 가을부터 문 전 대표 부인인 김정숙 씨가 매주 광주를 찾아 남모르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아마 그런 영향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여론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했다.

    광주 송정역 근처에선 문 전 대표의 공약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신을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박모씨는 "일자리 정책이나 군(軍)복무기간 단축' 공약 등을 보면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선 "관심 없다"는 평가가 많았고, "국내로 들어오자 마자 특별한 비전 제시없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비난도 있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발전연구원 8층 강당에서 열린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도중 크게 웃고 있다.ⓒ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오후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발전연구원 8층 강당에서 열린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도중 크게 웃고 있다.ⓒ뉴시스


    문 전 대표 측은 반문 정서는 완전히 불식됐고 호남의 문은 열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를 탐탁해하지 않으면서도 '일단 대세론을 따라가고 보자'는 심리가 상당했던 만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게 되면 호남의 향배도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반 전 총장이 안철수 전 대표와의 연대 등을 통해 대세론이 뒤바뀌어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상당수 시민들은 "그건 그때가서 볼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표했다.

    택시기사 김모 씨(52)는 "광주는 오래전부터 야권후보 중에서 '되는 후보'를 찍어주는 특성이 있다"며 "문 전 대표가 좋아서 지지한다기 보다는 지금 상황에선 그 사람(문재인)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는 1월 24일 광주·전남북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555명(RDD 유선전화 : 796명/리서치뷰 자체 구축 휴대전화 DB:759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12월말 현재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ㆍ연령ㆍ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5%p(국민의당 지지층 : ±4.1%p, 민주당 지지층 : ±3.7%p), 응답률은 8.7%.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