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진 '유승민 비대위원장' 부인… 김용태 "어떤 수모 더 당해야 결별할꺼냐"
  • ▲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1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파 회동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탈당과 신당 합류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1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파 회동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탈당과 신당 합류를 호소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창밖의 남자'들은 연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인데, 구박을 받으며 건넌방에 머물던 사람은 돌연 가장(家長) 자리에 미련을 두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로도 수습이 되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의 '집안 싸움' 결말이 어떠한 형태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은 1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파 공개 회동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탈당을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탈당 촉구' 서신을 공개적으로 문자 메시지로 돌리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 메시지에서 "유승민 의원이 '김용태 남경필처럼 달랑 종이(탈당계) 하나 내고 당을 나가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라고 했다"며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새누리당 안에서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더라"고 인용했다.

    그러더니 "더 이상 '어떤 수모'를 당해야 친박들과 결별하겠다는 것이냐"며 "친박들을 무찌르기는 커녕 질질 끌려다니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비박들 행태에 보수 집권이 영영 불가능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안 들리느냐"고 공박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에게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김무성 의원의 말씀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아수라장이 된 새누리당을 떠나 보수의 새로운 중심인 신당을 만들자"고 권했다.

    지난달 22일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내달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으나, 탈당한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후속 동반 탈당이 이뤄지지 않는 등 세(勢)가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를 마친 뒤 나경원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를 마친 뒤 나경원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가 석패한 것을 계기로 다시금 신당 창당의 움직임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견했고,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됐다"며 탈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유승민 전 원내대표만이 끝없이 좌고우면(左顧右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유승민 전 원내대표까지 결단해야 '비박계 신당'이 원내교섭단체 규모로 구성되리라는 게 새누리당 안팎의 관측이다.

    결국 이날 김용태 의원이 "더 이상 어떤 수모를 더 당해야 친박과 결별하겠다는 것이냐"고 내지른 것은,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결단'하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태 의원이 이날 메시지에서 이미 탈당을 결단한 것으로 보이는 김무성 전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추어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전권 부여'를 전제로 맡을 뜻이 있음을 내비치며, 당 잔류에 대한 끝없는 미련을 보였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을 절대 맡지 않겠다던 자신의 옛 말과 달라진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청원 전 대표 등 이른바 '친박 핵심'과의 '거래설'이 유포되자, 취재진을 만나 "친박들과 뒤로든 전화통화든 만남이든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데, (비대위원장 거래설은) 오해고 음해"라며 "비대위원장에 전혀 욕심이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명운을 걸고 격돌했던 지난 16일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신승했다. 사실상 나경원 의원에게 투표할 것을 독려하며 보도자료까지 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그런데 직후에 갑자기 비대위원장이라는 독배를 마시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우택 의원의 당선이 선언된 직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우택 의원의 당선이 선언된 직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게다가 '떡 줄 사람'조차 이제는 생각을 거둬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추진되고 의결될 조짐이 보이는 등 친박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위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친박계는 지금 한숨을 돌리고 있는 국면이다.

    친박계의 내부 기류도 이제는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친박계와 작심하고 '거래'에 나섰다면 맡을 수 있었던 과거에는 "전혀 욕심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잘라말했다가, 맡을 수가 없게 된 지금에 와서는 되레 "독배를 마시겠다"는 했다는 것은 정무적 판단력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다.

    수석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뒤 친박계의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원진 전 최고위원도 이날 '유승민 비대위원장' 설을 부인했다. 조원진 전 최고위원은 '친박 핵심'들의 2선 후퇴에 대해서도 기류가 달라졌다고 전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바라는 '전권 부여' 비대위원장은 더더욱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원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유승민 의원은 당을 해체하고 인적 청산을 하겠다고 하는데, 또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며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의 화합이 아닌 새로운 갈등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주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의 선출에 불복하고 딴소리를 하기 때문에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해체하고 '친박 핵심'이 2선 후퇴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과 바로 해체하자는 의견이 딱 절반씩"이라며 "친박계 내부의 여론이 7대3이나 8대2면 곧바로 발표를 하겠는데, 반반이라 조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 친박계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당대표 권한대행이 됨으로써 비대위 구성의 키를 쥐게 된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유승민 비대위원장'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장은) 비주류에도 추천권을 줬으니 추천이 되는 걸 봐야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극단으로 가든지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밝혀, 친박계나 비박계 어느 한 계파의 '극단'에 있는 인물은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