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서청원이 언급한대로 당대표가 결정하고, 최고위원들 공격 나서"1·21 전당대회 소집안 및 유승민 향한 親朴 최고위원의 긍정평가 빗댔나
  •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이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회유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당내 친박~비박 간의 계파 갈등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비박계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서청원 의원과 영합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 ▲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남경필 지사는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 의원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남경필 지사는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 의원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남경필 "서청원 회유·압박… 조직적 행동"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서청원 대표가 군사정부 시절처럼 후배 의원들을 회유·압박하고 있다"며 "얼굴을 내놓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뒤에서 회유·압박하는 것은 밤의 세계에서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모습"이라고 폭로했다.

    자신도 서청원 의원으로부터 모욕과 회유를 직접 받았다고 밝힌 남경필 지사는 "구체적인 말 하나하나까지 밝히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회유와 압박을) 뒤에 숨어서 암암리에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서청원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남경필 지사는 서청원 의원의 이러한 회유와 압박이 모종의 시나리오에 따라 이정현 대표 및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 최고위원 등 친박계 지도부가 포진해 있는 최고위원회의와 보조를 맞춰가며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지사는 "(서청원 의원이 통화에서) '이렇게 해서 어떻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하면, 당대표가 최고위에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하고, 비슷한 톤으로 최고위원들이 이렇게 저렇게 공격에 나서더라"며 "내가 당하고 본 것, 그리고 그 이후의 말과 행동을 보면 이게 하나로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친박 안 나온다"는 1·21 전당대회, 회유된 비박계 유력 인사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 의원을 정조준한 남경필 지사의 폭로는 이른바 '서청원~유승민 연대설'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내외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소집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투톱' 중의 일원인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지금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권 경쟁에 나서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다"며, 전당대회보다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순리라고 언급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명재 전 사무총장의 사퇴로 사무총장직이 공석이 돼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지체없이 박맹우 전략기획부총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전당대회 강행 의지가 뚜렷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이처럼 1·21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한편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1·21 전당대회에 친박계는 후보를 내지 않으며,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되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무렵을 전후해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비박계 대권주자 중 특정 유력 인사를 회유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정현 대표가 1·21 전당대회 추진과 함께 당대표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철폐하려 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친박계는 전당대회에 직접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회유한 비박계 대권주자를 당대표로 옹립하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차기 대선을 맞이한다는 복안이다.

  •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2일 오전 새누리당을 탈당한 직후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서청원 의원이 뭔가를 언급하면 이정현 대표가 그대로 결정하고 최고위원들이 비슷한 톤으로 공격에 나섰다며, 일련의 움직임은 조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2일 오전 새누리당을 탈당한 직후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서청원 의원이 뭔가를 언급하면 이정현 대표가 그대로 결정하고 최고위원들이 비슷한 톤으로 공격에 나섰다며, 일련의 움직임은 조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대체 누구? 남경필 "특히… 내가 알 수 없다. 여러분들이 판단"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의 언동도 심상치 않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을 만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당과 관련해서 상당히 무겁게 행동하는 것 같다"며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남경필 경기도지사와는) 다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직전 열렸던 회의석상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돌을 맞아야 될 김무성 전 대표가 당을 향해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다"며 "더 이상 해당행위를 중단하고, 새누리당을 떠나라"고 몰아붙였다. 남경필 지사를 향해서도 "당원들에 대한 배신행위로,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분"이라고 극언했다.

    같은 비박계 대권주자이고, 함께 새누리당 비주류들의 결집체인 비상시국회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데 너무 평가에 차이가 난다.

    남경필 지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 당대표가 '그렇게 결정됐다'고 하고, 최고위원들이 비슷한 톤으로 공격에 나선다"는 것은 이러한 전후 맥락을 가리킨 발언으로 해석된다.

    즉,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를 열어 ○○○를 새 당대표로 세울 것'이라고 말하며 회유와 압력을 건네면, 곧 이정현 대표가 전당대회 계획을 발표하고, 최고위원들은 ○○○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비박계 대권주자들에 대해서는 신랄한 공격에 나서는 등 일련의 '시나리오'에 따른 조직적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성립하려면 그 대전제로 서청원 의원과 영합한 비박계 유력 대권주자가 있어야 한다.

    남경필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게 누구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급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회유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경필 지사는 "특히…"라고 말문을 열다가 이내 손을 내저으며 "나머지 분들은 내가 알 수 없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누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고 하는 것은 내가 판단할 몫이 아니다"라며 "(취재진) 여러분들이 잘 판단해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친박계, 실제로 '유승민 당대표' 전제로 연대?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서청원~유승민 연대설'에 대해 대체로 세 갈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양자 사이에 실제로 연대가 형성됐다는 견해다.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짜맞춘 듯이 남경필 지사의 폭로와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재선 의원단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지사의 탈당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나는 당에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탈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당에 남아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가 되는 것처럼 좋은 방법이 달리 있을 수 없다. 당대표야말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하는 존재이므로, 전권을 갖고 개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까지의 행적을 돌아보더라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목소리를 높인 김무성 전 대표와는 달리 "새누리당 식구로서 탄핵·하야와 같은 말을 입에 담기보다는 대통령이 어떤 결단이든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연대가 성립됐다면 친박계는 당대표를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내주는 대신, 정기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가 끝나고 물러날 것을 공언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빈 자리를 가져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1·21 전당대회를 통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당대표로 세우고, 친박계 4선 중진 의원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해 '투톱'을 구성한 뒤 대선을 준비하려 한다는 설이 유포되는 상황이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지난 7월 20일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지난 7월 20일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전화통화 가져본 적 없는데…" 비박계 적전분열 노린 음해성 책략?

    반면 서청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박계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이에는 전혀 연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비박계의 자중지란을 노리고 살포한 일종의 책략이라는 견해도 유력하다.

    일단 유승민 전 원내대표부터가 연대설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재선 의원단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른바 친박과 이런 문제로 뒤로든, 전화통화든,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좋게 말하면 오해고, 나쁘게 말하면 음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주도해서 지난해 7월에 원내대표에서 찍어냈고, 올해 총선에서는 '배신의 정치'라며 공천을 주지 않아 정치생명을 끊어버리려고 시도했는데 그 앙금이 어떻게 사라졌겠느냐"며 "연대설은 공상의 영역"이라고 일축했다.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책략으로서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서청원~유승민 연대설'이 여권 안팎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측의 관계자도 "사실이 아닌데도 설에 대해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자중지란을 유도하고, 비박계 의원들의 대오를 흐트러뜨리는 이러한 책략이 지금까지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을지 모르나, 남경필 지사의 폭로로 회유와 압박 사실, 그 주체가 노출된 이상 더 이상은 친박계에 유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입장 분명히 하라' 퇴로 차단하는 남경필의 파부침주?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날 '선도 탈당'을 결행한 남경필 지사가 파부침주(破釜沈舟)와 같은 모양새로 동료 비박계 대권주자 및 의원들의 퇴로를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용태 의원과 '선도 탈당'을 결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후속 탈당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찻잔 속의 태풍'처럼 탈당의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되레 정치 지형 속에서 고립되는 결과로 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자신에게 행한 회유와 압박의 일면을 폭로하면서, 다른 비박계 인사들에게도 비슷한 유형의 전방위적 회유·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상시국회의 등에 줄곧 참여했음에도 결정적 시점에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뭔가의 이익에 회유되거나, 약점을 잡혀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당장 '연대설'의 중심에 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만 해도, 계속해서 지금처럼 탈당에 선을 그으면 뭔가 다른 뜻, 예를 들어 친박계가 주도하는 1·21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가 될 뜻이 있는 것처럼 오해가 나날이 깊어질 수 있다. 절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남경필 지사도 국회의원을 5선까지 한 사람인데 수가 없겠느냐"며 "서청원 의원이 회유와 압력을 통해 어떻게 해보려고 한 모양인데, 친박계의 그물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남경필 지사가 한 귀퉁이를 죽 찢어버리고 나서면 국면이 예기치 못한 물살을 타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