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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살리기포럼 개헌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다함께 개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한동안 잠복했던 개헌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개헌론의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회의원연구단체 대한민국살리기포럼(대표의원 이철우)은 1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 것인가, 개헌합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이주영 의원,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종섭 의원 등 계파를 가리지 않고 29명의 의원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현재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살림' 상황이다.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는 이날 오전 당사에 포진해 친박계 중진의원들만 참석한 채 간담회를 열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등 비박계는 임시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위원회의 본진을 의원회관에 펼치고 같은날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러한 국면에서 당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개헌론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라는 지적이다. 비박(非朴) 강경파 의원부터 이른바 진박(眞朴)이라고 통칭되는 의원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개헌,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난국에 봉착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불행한 임기말을 맞이했다며, 한목소리로 개헌의 필요성을 부르짖었다.
포럼 대표의원인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대통령을 잘 뽑아서 제일 못 사는 나라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됐지만, 이승만 박사부터 현재 대통령까지 대통령 본인들은 불행했다"며 "이승만 박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채택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를 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도 본인들은 정작 불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는 끝이 났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헌에 있어서 나는 차에 시동을 건 격이니, 악셀레이터를 밟는 역할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힘을 합쳐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광장에서 우리 국민들은 분명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광장에서 우리가 해답까지 찾지는 못한다"며 "해답은 국민들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글프고 불행한 대통령들의 역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아들딸들의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 주저없이 개헌 작업에 나서야 한다"며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다같이 애국하는 마음으로 개헌을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대통령하고 난 사람이 광화문 네거리에 그냥 나오면 아이들이 '우리 대통령' 하고 다가와서 손잡고 사진 같이 찍으려고 하는 그런 대통령이 나오는 날이 좀 왔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이 편안할 수 있도록, 헌법이 바뀌어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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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살리기포럼 개헌토론회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으로는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서 있고, 이주영 의원과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불행한 대통령'이 끝없이 양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 불행에 빠져 있는 대통령을 구원하는 방법 또한 개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주영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하야·탄핵부터 '질서 있는 퇴진'까지 별별 논의가 다 이뤄지고 있다"며 "국회 헌법특위를 빨리 구성해서 그동안 해왔던 개헌 논의에 대통령 임기 조정 문제까지 포함해 논의를 해야 제대로 된 수습을 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新)헌법안에 현재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관한 부칙을 삽입해, 탄핵이나 하야·자진 사퇴 없이 '명예로운 출구'를 보장하는 방안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같은 취지의 제안을 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개헌론이 극심한 내홍에 빠진 여당 의원들을 계파 불문하고 한 자리에 모이게 한 데 이어, 여야의 경계를 넘어서도 서로 간의 주장에 호응이 나오게끔 한 것이다.
이처럼 개헌이 정계 개편의 촉매가 될 듯한 조짐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보였다. 내각제 개헌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진영 의원이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이지만 우리와 함께 했고 이 정부에서 복지부장관을 했던 진영 의원"이라고 소개를 받으며 등장한 진영 의원은 "'대통령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결심했다가도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반(半) 주눅이 들고, 2층에 올라가서 10~15분 기다리면서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 완전히 없어진다"며 "이제는 국민의식에 맞는 헌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개헌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정종섭 의원이 의원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다. 정종섭 의원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국내 헌법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정종섭 의원이 주장한 내각제 개헌은 새누리당 내에서 개헌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중론이다. 또, 개헌 부칙을 통한 현직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주장한 민주당 문희상 의원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영 의원, 그리고 진영 의원과 같은 민주당 비문(非文)계로 분류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정종섭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이 뭘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며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내각제 개헌의 걸림돌은 전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는데 과연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것이냐는 점"이라며 "내각제만이 대통령제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과제"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