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136일 지켰던 그 모습처럼… 애당심으로 내홍 수습에 한몸 던졌다
  • ▲ 새누리당의 계파 간 내홍이 분당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5선 중진인 이주영 의원의 중재 노력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의 계파 간 내홍이 분당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5선 중진인 이주영 의원의 중재 노력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분당(分黨)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한 이주영 의원의 중재 노력은 빛을 발하게 될까.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로 3주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홍은 17일에도 점입가경 양상으로 계속됐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해당행위"라며 비난했고, 비박계는 "지도부는 조속히 사퇴하라"는 요구를 반복했다.

    양 측의 주장이 평행선처럼 내달리고 있어,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의 분당을 기정사실처럼 여기는 관측도 나온다.

    나날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 범친박(汎親朴)으로 분류되지만 온건한 성향과 인품으로 널리 알려진 이주영 의원은 '한 지붕 두 살림'을 차리는 등 간극을 벌려가고 있는 친박~비박 양 계파 사이에서 중재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주영 "보수정당, 절대 분열해선 안 되고 화합·단결해야"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16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해, 보수정당의 분열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화합과 단결을 촉구했다.

    이주영 의원은 "새누리당은 보수의 가치를 지켜오는 중심정당으로서, 내년에 예정된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이루라는 것이 당원들이나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요구"라며 "지금은 당이 절대로 분열해서는 안 되고, 화합·단결을 요구받는 엄중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과, 별도 지도부를 차린 비박 쌍방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새누리당 구성원 모두가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계파 다툼으로 날을 새는 현실에 개탄하는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이주영 의원은 "거국내각의 책임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해달라고 대통령이 지난 주에 국회의장에게 제안했는데, 일주일 이상 시간이 지났는데도 추진도 합의도 안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제안한 책임총리가 제대로 추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퇴진하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퇴진 요구 시달리는 이정현 위한 '명예로운 출구' 열어줘

    이는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지냈고, '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퇴진 요구의 이유로 들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사퇴해버리면, 이는 정치 생명을 끝내라는 말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지난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정병국 의원이 "이정현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을 했고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사퇴를 요구하자, 이정현 대표가 "무슨 도둑질을 했다는 말이냐"고 발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우택 의원의 말대로 "만원 지하철에서 등 떠밀리는 듯한 모양새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국면에서 이주영 의원이 이정현 대표에게 적절한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명예로운 출구'를 열어준 것으로 읽힌다.

    결국 '당사자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명분'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비박계나, 무작정 대표 자리에 앉아 버티고 있는 친박계 모두에게 일침을 가하면서, 적절한 명분을 내놓는 중재안을 마련한 셈이다.

  • ▲ 난파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새누리당의 분당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중재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모습에서 지난 2014년 진도 팽목항에서의 세월호 사고 현장 수습 노력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사진DB
    ▲ 난파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새누리당의 분당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중재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모습에서 지난 2014년 진도 팽목항에서의 세월호 사고 현장 수습 노력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사진DB

    ◆서로 대화조차 안하는 친박~비박 사이 오가며 중재 노력 심혈

    같은날 오후에는 비박계 중진의원들이 모여서 비상시국위원회 연석회의를 연 의원회관을 전격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주영 의원은 비박계 의원들에게도 앞으로 당 내홍을 봉합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영 의원은 본지 취재진과 만나 "실무회의를 하는 자리가 내가 참석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중재자 역할을 잘해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

    "이 자리에도 소위 비박계로 분류될 수 있는 중진의원들이 보이질 않는다"는 이주영 의원의 말처럼, 비박계 중진의원들은 16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일제히 불참했다. 그 전날에는 이정현 대표가 주재한 3선 의원 간담회에 단 한 명의 의원만 나타나 간담회가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친박계도 비박계와의 대화에 심드렁하다. 이정현 대표는 비박계가 여는 비상시국위원회 연석회의장에 찾아가 소통의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에 대해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팽목항서 136일간 세월호 사고 수습했던 그 때 그 모습처럼

    이러한 상황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친박~비박의 계파를 넘어 많은 의원들과 만나면서 중지를 모으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중재 노력이야말로 분당이라는 파국을 저지할 마지막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5선 의원이라는 무게감에,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경남을 대표하는 정치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보니, 이러한 신중한 중재 노력보다는 '화끈하게' 자 계파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행보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의견도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3선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주영 의원에게 (계파 모임에) 함께 해달라고 했지만, 아직은 중재 노력을 계속할 생각인 것 같더라"며 "너무 신중하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렇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일부의 불평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분열만은 안 된다는 신념과, 중진의원 누군가가 중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장관으로서 136일간 진도 팽목항을 지키며 사고 수습에 매진했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비상중진협의체 등 각종 수습안도 이주영 없었더라면

    같은 5선 의원인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17일 촉구한 비상중진협의체 구성안 또한 그간 중재 노력을 계속해온 이주영 의원의 신중한 행보가 없었더라면 성립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분석이다.

    비상중진협의체 구성안에 따르면, 이 협의체는 당내 5선 이상의 중진의원 7인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 2인을 포함해 도합 9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서청원·정갑윤·원유철·최경환 의원은 친박 색채가 확실하다. 또, 김무성·심재철·정병국·유승민 의원은 뚜렷한 비박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 4대4로 갈린 가운데 이주영 의원이 중간에 중재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이주영 의원이 만약 특정 계파에 뚜렷이 힘을 싣고 있는 국면이었다면 애초부터 성립할 수가 없는 제안인 셈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내홍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주영 의원이 홀로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당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는 가운데 애국심과 애당심만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