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기자회견 열고 "조건없는 퇴진" 주장… 추미애 영수회담 논란 덮기위해?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기자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조건없는 퇴진'을 요구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돌발 질문이 날아들었다.  

    지난 4.13총선에서 광주 민심을 잃으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한 기자가 질문한 것이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오늘 이 자리의 맥락에는 맞지 않는 질문같다"고 말문을 연 뒤, "'광주호남 민심의 지지가 없다면 저는 대선도 포기할 것이고 정치도 그만둘 것이다'라는 부분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만약 광주 시민들이나 호남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그 점은 대단히 죄송하다. 당시 발언의 맥락을 살펴주길 바란다"며 "저는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가 돼 정권 교체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우리 야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광주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야권의 대표 후보가 되며 어떻게 대선에 뛸 수 있겠나"라며 "그래서 광주호남 민심의 지지를 받고자 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 된다. 그때 했던 저의 약속은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번 호남 우롱, 식언(食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4.13 총선을 닷새 앞두고 광주를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정계은퇴를 약속했었다.

    총선 결과 더민주는 광주, 전남·전북 28석 중 3석만 건졌다. 호남이 문 전 대표를 완전히 버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문재인 전 대표는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추미애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결정했다가 당내 반발로 철회한 것에 대한 사전교감설에 대해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추 대표와 문 전대표의 교감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퇴진' 등의 강경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추 대표의 영수회담 파장을 덮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 대표의 '불통 리더십'-'비선실세' 논란이 자칫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 국면전환 시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추 대표가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 부분은 본인이 이미 사과를 했듯이 우리가 다시 반성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야권과의 공조나 시민사회와의 공조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추 대표를 감쌌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이종현 기자

    문 전 대표는 또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나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헌법상 보장된 탄핵 절차 추진에는 나서지 않으며 '조건없는 퇴진'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그는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가 탄핵 추진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하야까지도 스스로 결단하지 못해서 만약 탄핵 절차까지 밟는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나쁜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하야 후 계획에 관해선 "박 대통령이 하야한다면 그 이후에 내가 이미 제안한 바와 같은 거국중립내각과 같은 과도내각제로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국정을 담당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과도내각은 국정을 혼란없이 수행해 나가고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확실히 규명하고 다음 대선을 공정히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선 "내가 이해관계자기 때문에 내가 말하기 어려운 대목인데 어쨌든 대통령의 퇴진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서 질서 있는 퇴진의 방안이 논의될 때 그 때 그 속에서 함께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개헌에 관해선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당연히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국면 전환을 초래하게 돼 그렇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에야말로 정말 대한민국이 과거와 결별하고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그런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원칙과 정의가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이런 상황을 지나치게 정치권이 주도하거나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마비 사태에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듯한 일부 정치인들은 물론 문 전 대표 역시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문제라는 지적이다. 
  •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종현 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종현 기자


    문 전 대표가 지킬 수 없는 정계은퇴 발언으로 호남을 또다시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문 전 대표 기자회견 직후 "문재인 전 대표는 더 이상 사욕을 위해 호남을 모욕하지 마라"고 정면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광주에서의 '정계은퇴' 발언과 관련, "문 전 대표가 '광주와 호남에서 우리 당이 지지받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었다'고 변명하며 '죄송하다' 밝혔다. 거짓말이었다는 고백에도 부끄러움 한 점 없는 사과다. 성의도 없고 감동도 없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 전 대표는 전략적 거짓말을 해서 미안한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정계를 은퇴하지 않아서 미안한 것인가. 문 전 대표 꿈이 대통령이면 호남을 전략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전자라면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득표를 위해 호남을 이용해도 된다는 오만함의 극치이고, 후자라면 늦었지만 아직 사과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더 이상 호남을 자신의 사욕을 위한 수단으로 모욕하지 말라"며 "문 전 대표가 또 진심어린 반성 없이 호남의 전략적 이용 운운한다면, 호남민들에게 했던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