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차기 당권 배제 의도부터 대선 겨냥한 '견제구'까지… 정치권 설왕설래
  • ▲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사진)은 6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야권의 미르 재단 관련 의혹 제기에 반박하며 권력형 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김대중정부 때의 아태 재단을 거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사진)은 6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야권의 미르 재단 관련 의혹 제기에 반박하며 권력형 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김대중정부 때의 아태 재단을 거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연일 김대중정부 시기의 대북 송금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재선·경기 용인갑)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경련이 어렵고 힘든 문화·예술·체육인들을 위해 미르재단을 만들어서 기여한다는데 그게 뭐가 그리 잘못인가"라며 "미르 재단을 야당에서 권력형 비리라 했는데, 권력형 비리는 김대중 대통령 때 아태 재단이 권력형 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재선·강원 춘천)도 전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사태, 국군의날 기념사 선전포고 논란, 대통령 사저 등으로 이제는 정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좌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 늘고 있다"며 "대정부질문 때 제안했던 대북송금 청문회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데, 패망한 월남이나 독일에서 주요 보직을 갖고 있던 사람 중에는 간첩도 있었다"며 "통일이 되면 묻혀 있던 정보 자료들이 공개가 되면서 깜짝 놀랄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4일에는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문화일보〉를 통해 "대북 송금 사건으로 처벌받은 분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없는 (대통령의 국군의날 기념사가 선전포고 격이라는) 망발을 쏟아냈다"며 "북한에 송금한 돈으로 만들어진 핵무기 방어를 위한 사드도 반대하는 박지원 위원장이 과연 북한에 어떤 약점이 잡힌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흘 연속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개되는 청와대·친박계의 DJ계, 특히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을 겨냥한 파상공세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놓고 여야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정권말 권력누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DJ 시기 대북 송금 문제를 다시 한 번 파헤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밑에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데 그 시간을 이용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대화를 위해 줬던 돈이 핵 개발 자금이 됐다"고 비판한 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정부·여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전면전 양상으로 향후 정국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사진)은 5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북송금 청문회 추진을 거듭 강조하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사진)은 5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북송금 청문회 추진을 거듭 강조하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 차기 당권 로드맵이 공개되는 등 전당대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어떠한 복선이 있는 움직임이 아니냐"고 바라보기도 했다.

    4·13 총선 결과에 청와대와 친박계의 실망이 컸지만, 아쉬운대로 국민의당을 파트너 삼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나가려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소통과 채널 유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4·13 총선을 통해 압도적 지지를 몰아준 호남 민심에 부응해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던 박지원 위원장은 5·18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자신의 공로로 삼으려고 사전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밑밥'을 깔아놓기 시작했다.

    이에 현기환 정무수석이 "그것은 아니다"라고 미리 전화를 통해 알려주자, 역으로 이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선제적으로 공개함으로써 국면을 전환시켰던 것이다.

    이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야당 원내대표와의 통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정치권의 관례"라며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던 박지원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통화 내용을 전격 공개했던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를 자신의 공로로 가져가려다가 이것이 실패하자 수습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현기환 정무수석이 경질되면서 청와대와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 사이의 기류가 크게 불편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사태나 국군의날 기념사 선전포고 논란, 대통령 사저 관련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이 겹치면서 국민의당 차기 당권에서 박지원 위원장을 배제하기 위한 방향으로 친박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민의당과의 전면전이 된다기보다는 조만간 열릴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가 유력시되는 박지원 위원장을 차기 당권에서 낙마시키기 위한 '외과식 수술 공격'이 되는 셈이다.

  •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29일 자신을 예방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청와대·친박계의 파상공세가 원내3당을 더민주 쪽으로 편향되게 이끌고 있는 박지원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월 29일 자신을 예방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청와대·친박계의 파상공세가 원내3당을 더민주 쪽으로 편향되게 이끌고 있는 박지원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지만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삐딱선'을 타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공포탄'일 뿐, 실제로 대북 송금 청문회 등 실탄 사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등 원내 3당을 이끌면서 정부·여당의 시책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줄곧 당을 이끌고 있는 박지원 위원장을 향한 견제구일 뿐, 실제로 '죽이려 드는' 정치적 시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분석의 근거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둔 정계의 지형이다. 친노·친문패권세력에게 완전 장악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올해 2월에 걸쳐 더민주로부터 분당(分黨)해 형성된 국민의당에는 비문(非文)·반문(反文) 성향의 야권 인사들이 모여 있다.

    이러한 정계 지형 속에서 '전면전'이든 '외과적 수술'이든 무언가의 수단을 통해 국민의당 지도부를 타격하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호남의 표심은 결국 다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굴종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이후 대선 전에 또 한 차례의 야권발 정계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와 척을 지게 된 박지원 위원장에게 견제구는 던질 지언정 '몸에 맞는 공'을 던져 경기장 밖으로 내보낼 수야 있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이 이날 〈중앙일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뽑힐 확률이 가장 높은데, 문재인 전 대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박지원 위원장"이라며 "박지원 대표가 대통령을 공격한 게 밉더라도 내년 대선을 생각해서 잠재적 우군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실제로 강수(强手)를 두면 호남 민심을 감안할 때 박지원 위원장을 차기 당권에서 배제하기는 커녕 오히려 도와주는 셈이 된다"며 "임기 말이라고는 해도 청와대는 여러 가지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박지원 위원장 본인이니만큼 친박계의 파상공세를 통해 이미 양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밀당'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