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덕에 국회의장된 정세균, '사드 망언' 代讀한 것은 아닌가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앞서 발언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살펴보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앞서 발언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살펴보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패권적 의회권력 농단에 맞서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결연함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60년 헌정사의 오점'으로 남을 국회의장의 망언에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그냥 넘어가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세균 의장은 1일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회의장은 영어로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체어맨(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Speaker)"라며 "쓴소리 좀 하겠다"고 망언을 쏟아냈다.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인데, 당사자가 그 직을 유치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적절한 시기에 거취를 결단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상 별다른 견제 수단이 없기 때문에, 행정권력에 대한 견제가 본령인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그 수장인 국회의장이 쓴소리를 충분히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세균 의장이 '쓴소리'를 운운하며 이 대목까지 쏟아냈을 때까지만 해도 좌중에 전혀 술렁임이 없었던 것은 이를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요 없이 예의를 지키며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 대목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 내부의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한 정부가 벌이는 '치킨 게임'의 관망자로 남아있어야 하느냐"며, 마치 국회는 남북한 정부로부터 독립된 '제3지대'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안보 문제에 대해 국민의 뜻과 전혀 관련 없는 사견을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늘어놓은 것은 헌정 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9~11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해 찬성 여론이 56%로 반대 여론 31%를 오차범위 밖에서 압도했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세균 의장이 "내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로 생각하고 들어주기 바란다"고 서두에 운을 뗐지만 국민의 목소리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과연 정세균 의장이 개회사에 담은 내용은 어느 나라 국민의 목소리이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드의 배치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안보 사항이다. 북한이 전면 남침을 결행하면서 부산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부산항은 초토화된다. 350만 부산시민이 핵 피폭을 당해 사망할 것이고, 450만 울산시민과 경남도민도 낙진으로 사상을 입게 된다.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는 800만 국민의 인명과 안전을 경시한 발언이다.

    게다가 부산 일대가 방사능으로 오염되면 한반도 유사시 부산을 통해 투입돼야 할 미군의 증원과 전시물자 원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적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헌정기념관에 늘어선 역대 국회의장들의 초상화에 정세균 의장의 그림이 걸릴 일은 영원히 없게 된다. 정세균 의장은 대한민국사(史)에 최후의 국회의장이자 망국을 초래한 국회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라를 적에게 내준 그 언동은 영원한 '역사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2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야당 부대변인 정도의 이야기를 국회의장이 말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도 아닌 것을 의장이 의장 단상에서, 마치 전 국민이 사드를 반대하는 것처럼 발언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아닌, 이런 개회사가 왜 나왔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를 가리켜 "중증의 대권병"이라고 규탄했지만 정세균 의장 본인의 대권병인지 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병 때문인지도 규명돼야 할 문제다.

    정세균 의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문패권세력의 몰표 덕분에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친문패권세력의 앞잡이가 돼서 국회마저 계파패권주의로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일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을 개회사에서 대독(代讀)한 것에 불과하다면 일국의 국회의장으로서의 자격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을 대독한 게 아니라, 본인이 대권에 욕심이 있어서 사사로운 견해를 개회사로 언급한 것이라 해도 문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중공의 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서는 능히 가질 수 있는 사견이지만, 과연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으로서 어울리는 생각인지 의문이 남는 것이다.

    홍문종 의원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국회의장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망언·망동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연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아주 원칙 있는 모습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감 표명도 못한다" "사회권도 못 넘긴다"는 정세균 의장은 뜬금없이 민생을 거론했다. 사드 없이는 국가의 존립도 위태롭고, 우리 국민이 김정은 3대 세습 체제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당연히 민생도 없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은 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장의 교묘한 프레임 설정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면 국회의장에서 사퇴시켜야 함이 마땅하지만 이는 정치현실상 관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반드시 '국민의 지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경망스런 개회사에 대해 사과한다'는 공식적인 유감 표명을 얻어내야 한다.

    국민들은 국가 안보를 저버리고 민의를 대변할 책무를 방기한 채 국민의 뜻을 날조·왜곡한 국회의장을 이미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다. 이러한 국회의장의 사과를 국민을 대신해서 받아내야 하는 것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얼마 간의 국회 공전과 파행을 감수해서라도 물러섬 없이 결연하게 맞서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국민의 성원이 뒤따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