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통과-송영길 후보 탈락...친노-친문 세력의 전략적 선택
  •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추미애(왼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송영길 후보가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추미애(왼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송영길 후보가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상곤 '통과'-송영길 '탈락'

    '문재인 측근'으로 통하는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범친노(親盧)인 송영길 후보는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관위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전대 예비경선 개표 직후 "송영길 후보가 탈락했다"고 밝혔다. 총 선거인수 363명 중 263명이 투표를 해 투표율은 72.45%를 기록했고 무효 투표수는 4명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김상곤 후보와 비문계(非文·비문재인) 이종걸 의원이 본선으로 직행하고, 송 후보가 탈락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계와 친문(친문재인)계가 송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초 당 안팎에선 일찌감치 출마 준비를 해 온 송영길 후보가 당내 지지도에서 다소 앞서 있고, 출마를 늦게 결심한 이종걸 후보와 김상곤 후보가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송 후보는 예비경선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며 이날 오후 선거사무소 개소식 일정을 잡는 등 조급함을 보이기도 했다.

    우선 송영길 후보가 탈락한 배경으로 주요 표심 타겟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후보는 그동안 친문 구애 작전에 열을 올림과 동시에 비문계와의 접촉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송 후보는 이날 열린 정견발표에서도 친문계와 비문계, 호남 등 다양한 계파에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당대표가 되겠다. 문재인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 김종인 경제민주화론을 계승발전 시키는 당대표가 되겠다"며 "호남민심 회복 없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호남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대교체를 통해 잃어버린 190만표를 가져오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다수의 친노친문 세력이 차지하고 있는 당에서 다양한 계파를 향한 표심 구애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송영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송영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일각에선 당내 다수인 친문계가 전략적으로 송 후보를 탈락시켰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친문 세력이 김상곤 후보를 본선에 내세우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비문계 이종걸 의원을 통과시키고 송 후보를 탈락시키기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 주장에 따르면 문심에 낙점된 김 후보는 8.27전대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유력한 인물이다.

    특히 이날 전체 선거인단인 363명 가운데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단체장협의회가 송 후보 탈락을 염두에 두고 김상곤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나온다.

    이날 당 소속 78명의 기초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예비경선 직전 투표장 인근에서 별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이종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이종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함량 미달 전당대회, 계파 혈투 불가피

    이종걸 의원의 본선 진출로 친문(친문재인) 대(對) 비문(비문재인)의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본선에서는 피 터지는 계파전쟁이 예상된다.

    본선에 진출한 친문 후보들의 구애(求愛) 작전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민주 당권 주자들은 오로지 문심(文心) 잡기에 혈안이 될 것이란 얘기다.

    비문계 이종걸 의원은 '문재인 때리기'의 수위를 한층 끌어오리며 비문계 결집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비문계의 이종걸 지원사격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이날 8·27 전당대회에서 '지역위원장 대의원 줄 세우기(오더) 금지'를 추진하고 나섰다.

    비주류 원혜영 의원을 비롯해 더민주 4선 이상 중진의원 13명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당의 집권 가능성을 가늠하게 될 중요한 선거인만큼 그 어느 때보다 단합된 모습으로 공명정대하게 치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내 계파갈등과 분란의 원인이 되는 대의원 줄 세우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친문계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이종걸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예비경선을 앞두고 네 명의 후보들은 그동안 서로 고발전도 불사하며 컷오프 통과에 사활을 걸어왔다.

    특히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후보는 친노계와 친문계에 구애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왔고, 비주류 이종걸 후보는 '문재인 때리기' 전략으로 비주류의 세 결집을 도모해 왔다.

    더민주 후보들은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에 대한 '김홍걸 마케팅'에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 당내 최대 지지층이 몰려있는 호남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속셈이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고발전도 쏟아졌다. 더민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추미애·이종걸·김상곤 후보 캠프는 당 선관위에 "송영길 후보 측이 불법선거운동을 규정한 당헌당규를 위배했다"며 송 후보 측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가 계파 대결과 상호비방에 몰두하며 '정책 실종', '함량 미달의 전대'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 지난 6월 네팔에서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페이스북
    ▲ 지난 6월 네팔에서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페이스북


    문재인 대권행보 본격화

    이날 예비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행보 시동을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는 이달 말 전대가 끝나면 내년 대선을 관리할 지도부를 가동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전날 문 전 대표의 일정과 메시지 등을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문 전 대표 전용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문 전 대표가 언론창구 정비에 나서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6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한다. 6일 목포에서 열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기념 '평화의 밤 콘서트'에 참석한 뒤 7일에는 광양에 있는 독립운동가 매천 황현 선생 생가를 방문한다. 문 전 대표 측은 "행사 주최 측 초대로 인한 일정으로 조용히 다녀오기로 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6월 네팔과 부탄, 지난달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전대를 앞둔 8월 셋째 주쯤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순방에 나서며 대권 구상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전당대회와 당내 상황에 최대한 거리를 두는 듯한 의도적 행보지만, 이미 전대 결과에 대한 시나리오 구상은 모두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예상치 못한 예비경선 탈락을 맛본 송영길 후보는 "예상치 못했다. (탈락 이유를) 모르겠다"며 충격 받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호위무사'로 불렸던 김상곤 후보는 이날 본선 티켓을 거머쥔 뒤 "오늘의 결과는 혁명적인 사건"이라며 "우리당이 그만큼 혁신과 확장을 바라고 내년 정권교체를 확실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