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본격화?… 더민주 당권주자들, 광주서 '비판 정치'김종인 '노동자' 삭제하자 철회요구… "노동 문제 외면 안돼"
  • ▲ 13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후보 합동연설회,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사진 DB
    ▲ 13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후보 합동연설회,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사진 DB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경쟁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기싸움을 펼치는 한편 '호남 민심' 구애에 나섰다. 8·27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본격적인 계파전쟁이 시작됐다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된다.

    김상곤·이종걸·추미애(후보순) 당대표 후보들은 13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의원대회 합동 연설회에 참석했다. 

    세 후보 중 유일한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종걸 후보는 "친노 친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비주류 독립 후보인 저 이종걸을 당 대표로 내세워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종걸 후보는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며느리'를 뽑는 것이 아니고, 문재인 전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충직한 문재인 대리인을 당대표로 뽑기 위한 전대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추미애 후보를 겨냥했다. 

    추미애 후보는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 출신 남편과 결혼했고 스스로 '호남 며느리'임을 내세우면서 호남민심을 공략해왔다. 또한 주류 측 후보로서 꾸준히 문심(文心)에 손을 내밀어왔다. 

    이종걸 후보는 호남 출신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언급하며 "새누리는 호남 당 대표를 뽑았지만, 친박 대표라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며 "우리 선택은 당을 다양성 속에 더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늘 그랬듯 한차원 더 높은 전략적 선택, 새누리당이 따라오지 못하는 지혜를 발휘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는 호남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비주류임을 자처했지만, 이종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노 표심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정치를 시작했다"며 "그래서 저는 대세보다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소수파에 섰다. 초선이던 2002년, 소수파인 노무현을 지지했다. 그래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종걸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종걸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추미애 후보도 이종걸 후보를 향해 "당무 거부를 하면서 끊임없이 당을 흔들고 아무 명분 없이 당직을 심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니 당은 끝내 쪼개졌다"고 정면 비판했다. 

    추미애 후보는 "저는 산산이 부서지는 민주종가를 꿋꿋이 지켜낸 맏며느리로서, 큰아들 작은아들이 원망하고 떠날 때 집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종걸 후보가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 사무총장 인선으로 45일간 당무를 거부하고, 문재인 전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추미애 후보는 자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동조에 대해서도 호남민심에 이해를 구했다. 

    추미애 후보는 "두 가지의 상처가 있다. 하나는 마음에 남은 탄핵의 상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삼보일배로 남은 무릎의 상처"라며 "김대중 총재님의 지팡이는 용서와 화해의 지팡이였다. 당신을 죽이려 했던, 당신을 불구로 만들었던 정적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대신 용서하는 지팡이를 내밀었다"고 말했다. 


  •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종걸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격렬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김상곤 후보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처럼 살아왔다"며 호남 표심 호소에 집중했다. 

    김상곤 후보는 "지금 우리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비호남, 특히 영남 출신들이다. 더구나 지금 새누리당조차 호남 출신인 이정현을 당 대표로 뽑았다"면서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호남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상곤 후보는 "광주는 우리 당의 심장인 동시에 머리다. 광주로 뛰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며 "더민주에서 호남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해 다시는 '호남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당대표 되고 호남 대표 정치인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국민의당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지 않느냐"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호남 대표 정당은 국민의당이 아니라 우리 더민주가 되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김상곤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김상곤 후보가 지난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당권 주자들은 더민주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라는 단어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제히 개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민주 강령 정책 분과위원회는 개정안을 통해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현행 문구를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을 존중하며,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로 바꿨다. 

    노동자가 '시민'과 '국민'의 개념 속에 포함되기 때문에 '노동자'라는 표현을 뺀 것이다. 

    이에 이종걸 후보는 "분과위의 주장은 '노동자'를 명기하는 것이 당의 지향성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며 "강령 개정안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후보는 "우리 당은 힘없고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며 대변해 온 7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한국에서 노동자는 여전히 약자"라며 "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김상곤 후보도 "계급적 관점이 아니라 생활현장에서 일과 관련해 '노동자'를 지칭하면 충분히 확장 가능성이 있는 데 굳이 뺄 이유가 없다"며 "노동 문제를 외면하거나 경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