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도 후보 난립, 단일화 불투명… '인위적 단일화' 강제하는 컷오프도 미지수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열린, 중앙당사 앞 네거리에서 당원 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출정식 연설을 위해 단상 위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열린, 중앙당사 앞 네거리에서 당원 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출정식 연설을 위해 단상 위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이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 난립에 친박~비박 계파 내부의 세포분열까지 겹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0일 오전 정병국 의원, 오후 한선교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합류했다. 11일에는 홍문표 의원의 출마 선언이 예정돼 있고, 조만간 서청원·홍문종 의원도 어떤 형태로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김용태·이주영·이정현 의원까지 합하면 당대표에 도전장을 낸 사람이 여덟 명에 달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주자가 한두 명만 더 가담해도 당권 경쟁자가 열 명에 육박하는 상황이 된다.

    애초에 8·9 전당대회로 선출될 차기 지도체제를 단일성 지도체제로 바꾸기로 한 것은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하기 위함인데, 이대로라면 20%대의 득표율로 당대표가 나오게 생긴 판국이다.

    이 때문에 '컷오프'를 시행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의원총회 직후 박명재 사무총장은 "컷오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었다. 그러나 다음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중앙당선관위의 권한으로 컷오프를 시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당대표 후보 난립 조짐을 내다봤기 때문에 시행된 조치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막상 컷오프가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컷오프를 한다면 몇 배수로 할 것인가도 문제이고, 컷오프를 어떤 방식으로 실시하느냐도 문제"라며 "합의에 이르기에는 험난한 길"이라고 내다봤다.

    각 당대표 캠프에서는 컷오프 시행 여부에 따른 이해득실을 셈하기에 바쁘다. 컷오프 방식을 국민여론조사 100%로 하자는 의견과, 당원 70%~국민 30% 여론조사로 하자는 의견이 벌써부터 대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장에서도 말이 엇갈렸다. 오전에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은 "가능하면 많은 분들이 나와서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백가쟁명식으로 의견을 내놓고, 이를 용광로에 넣어 하나로 만들 때 우리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컷오프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오후에 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은 "너무 많은 인원이 나온다면 컷오프를 통한 방법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게임의 룰로 채택하려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처럼 컷오프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간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데, 합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컷오프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잡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0일 오후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0일 오후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 와중에 친박~비박계 내부의 세포분열까지 겹치면서 당권 경쟁은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같은 비박으로 분류되는 나경원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은 "(당권 주자는) 출마의 변이 있어야 하고, 출마의 의지가 자기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누가 나오면 나도 나오고, 누가 추대를 해주면 나가고… 이런 사람들이 위난에 처한 새누리당을 바로세울 수 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누가 추대를 해주면 나가고'는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것이고, '누가 나오면 나도 나오고'는 서청원 의원이 출마할 경우 자신도 출마할 수 있다고 밝힌 나경원 의원을 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회적 비판에는 나경원 의원이 실제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경우, 비박계 단일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본인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래부터 비박계는 구심점이 없어 결속력이 약했다. 김용태 의원은 "우리 당에 계파는 친박 하나 밖에 없다"며 "비박은 '친박에 들지 못한 사람들'을 뭉뚱그려 칭하는 말"이라고 하기도 했다. 11일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홍문표 의원도 비박계로 분류된다. 비박계 후보 난립에 따라 '비박 후보 단일화'가 안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친박계의 불화와 세포분열은 뜻밖이다.

    '교통 정리론'에 아랑곳 없이 이정현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서청원 추대설'을 놓고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은 '강성 친박'에 돌직구를 꽂았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원조 친박은 2004년 천막 당사 정신으로 2007년 목숨 건 경선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며 "('강성 친박'이 주장하는대로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는 자유지만, 나오면 국민과 당원이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분화의 배경으로는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당시 '천막 당사'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붙었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그리고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친이(親李)계에 의한 '친박 공천 학살' 등 온갖 간난고초를 함께 겪었던 '원조 친박'들의 비판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 시절의 어려움을 전혀 함께 겪지도, 극복해내지도 않은 재선~3선급 '강성 친박' 의원들이 친박을 전매특허낸 듯 칭하며 최경환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다, 그가 불출마한다고 하자 다시 서청원 의원에게로 몰려가는 등 전횡하는 현실이 정권재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4선 이상 '원조 친박'들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야당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해야 표가 붙고 떨어지는지를 알고 있다"며 "이들이 보기에 이미 여당이 된 다음인 '온실' 시절에 당에 들어와 무난히 재선을 하면서 '화초'처럼 자란 '강성 친박' 의원들이 국민 시각을 의식하지 않고 떼지어 몰려다니는 현실이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많으면 내부에서 회동도 하면서 이견도 수습하고 교통 정리나 퇴로 마련을 하겠지만, 전당대회까지 불과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이라 그럴 여유가 없다"며 "전당대회가 화합과 쇄신을 위한 전기가 돼야 하는데, 대혼란의 안개 속에서 '어어' 하는 사이에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