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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가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는 대신 김해국제공항 확장으로 확정됐다.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민들의 허탈한 심정을 의식해 목소리를 조절하면서도 대체로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야당 의원들은 여여(與與) 지역 갈등 소재가 사라져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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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 등과 함께 의원회관에 모여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이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대해 소음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화를 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김해공항, 활주로 신설하고 교통망도 개선할 것"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은 2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용역을 수행한 ADPi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번 용역 결과는 항공안전·경제성·접근성·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에 제시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며 "김해공항이 영남권 거점공항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그간 신공항 유치 경쟁 과정에서 일부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숙한 민주 의식과 합의 정신을 발표 이후에도 존중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해달라"고 호소했다.
◆與 부산 의원단 복잡미묘한 반응… 김세연 "정부 노고는 평가"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이 유력하다는 풍문에 따라 민란(民亂) 직전으로 치닫던 부산 민심을 의식해 이날 오후 3시 발표 시간에 맞춰 의원회관에 모여 생중계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복잡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진복·하태경 의원 등은 "미봉책이고 죽도 밥도 아니다"라며 "김해는 안 된다는 과거 정부의 결정을 스스로 부정한 꼴"이라고 분개했다.
다만 '민란 직전'이라던 부산의 민심을 고려하면 예상보다는 훨씬 절제된 반응이었다. 일부에서는 안도의 반응을 솔직담백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김세연 부산시당위원장은 "지역 갈등을 고려해 차선책을 선택한 정부의 노고를 평가한다"고 했고, 조경태 의원도 "지역 갈등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이제는 합심해서 김해가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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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의원회관 윤재옥 의원실에 모여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대구 지역 의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갑) 뒷쪽으로 따라나서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 기회에 민원 해결?… 김정훈 "소음 관련 용역 어중간"
이같은 반응은 정치권의 '힘의 논리'에 밀려 신공항이 경남 밀양으로 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이라는 심사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발표를 앞두고 '신공항 밀양설'이 확산되자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은 전날 국회에서 가진 긴급 상경 기자회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활주로 1본으로 축소해 건설하는 방안까지 제시했었다. 그에 비하면, 현재도 활주로 2본이 있는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하고 터미널과 연계도로·철도를 확장하는 게 되레 이득일 수도 있다.
부산 도심으로부터의 거리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김해공항의 현 위치가 가덕도보다 낫고, 이미 경전철 등 연계교통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마냥 안도하기보다는 '여전히 불만이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해, 향후 김해공항 확장 과정에서 소음 피해 가구 이주를 통한 커퓨타임(야간운항 금지시간) 단축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등 '정치적 제스쳐'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지금도 주민들이 주무시도록 23시부터 익일 6시까지 운항을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불만을 토로하자, 김정훈 의원이 "김해공항 소음 피해가 극심한데 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용역 결과가 어중간하다"고 맞장구를 친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與 대구 의원단 말 아껴… 유승민 "좀 더 검토해보자"
새누리당 윤재옥 대구시당위원장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발표 결과를 지켜본 대구 지역 의원들은 말을 아꼈다.
윤재옥 의원은 "영남권 시도민들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면서도 "지역 민심을 수렴하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비박(非朴) 투톱도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견해가 엇갈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오래 전부터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최적의 결과"라고 만족감을 드러낸 반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결론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봐야겠다"며 "검토해보고, 대구시와도 의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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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국회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 모여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지켜본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와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며 용역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진DB
◆野 부산 의원단 "모든 책임 박근혜정부에 있다"
반면 신공항 입지 용역 결과 발표를 계기로 여권의 텃밭을 갈라놓고 내심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까지 노리던 야권은 이러한 의도가 엇나감에 따라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이날 오후 3시 발표 시간에 맞춰 국회본청내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발표가 이뤄지던 도중에 이미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 "국민의 염원이 다 물거품" 등의 입장을 메모하던 더민주 부산 의원들은 곧이어 대책 회의를 갖고 입장을 발표했다.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등 더민주 부산 의원 5명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불공정한 용역 결과는 입지 선정의 수용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모든 책임은 국토교통부와 박근혜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최인호 의원은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하나 더 놓는다고 안전 문제가 제거되는것도 아니고, 소음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소음 피해가 더 커질텐데 24시간 운항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安 고향으로 東進 노리던 국민의당, '정부책임론'에 초점
동남권 신공항 입지 논란으로 인해 여권의 텃밭이 분열되자, 부산광역시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 이상돈 최고위원 등의 고향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계기로 동진(東進)을 노리던 국민의당은 '정부 책임론'에 초점을 맞췄다.
안철수 대표는 결과 발표 직후 한 뉴스통신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끌고 가지 못해 실패한 것"이라며 "내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다룰지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10년 동안 갈등만 유발하다 돌고돌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다"며 "신공항 결정까지 이렇게 큰 갈등과 진통을 유발한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