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막장 내홍' 기간 내상 커… 8·9 전대 관리가 고작, '혁신'은 언감생심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비대위원회의 도중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비대위원회의 도중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유감 표명과 '교체' 의사를 받아들여 사무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16일 탈당파 의원 7인의 일괄 복당 파동으로부터 시작해 사무총장 거취 문제로 옮겨붙었던 새누리당의 내홍 불길은 일주일 만에 진화 수순으로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희옥 비대위 체제'가 큰 내상을 입어, '혁신'을 위한 동력은 이미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김희옥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무 보좌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사무총장을 교체해야겠다"며 "이러한 결정을 하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경질'이라는 표현이 '교체'로 순화됐고, 교체 결정에 따른 유감 표명이 뒤따른 점을 주목할 만하다.

    동시에 "권성동 총장이 많은 노고를 했고 당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후임 사무총장의 지명은 중립적인 인사로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퇴로를 열어줬다.

    그러자 권성동 사무총장이 즉각 공개발언을 통해 "복당 결정의 책임을 내게 묻는 듯한 처사로 인해 지금까지 사무총장직을 고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던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비대위를 잘 이끌겠다고 각오한 만큼 위원장의 (사무총장 교체의)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사퇴 의사로 화답했다.

    김희옥 위원장이 사무총장 교체 의사를 밝힌지 엿새 만에 권성동 사무총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정상화의 숨통을 트게 됐다.

    그간 권성동 사무총장은 김희옥 위원장의 교체 의사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직을 고수하겠다고 밝혀왔다. 김희옥 위원장과의 통화에서는 "왜 사무총장에게 (일괄 복당 결정의) 책임을 덮어씌우고 희생양으로 만드느냐"며 "나도 정치하는 사람으로 명예와 인격이 있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이 공석도 뭣도 아닌 상태를 겪어왔다. 이러한 국면이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자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모종의 중재안을 낼 뜻을 시사했고, 이날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무총장 교체의 이유를 '복당 결정'에 대한 문책 차원이 아닌 당무에 대한 견해차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경질'이라는 표현도 '교체'로 순화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옥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유감도 표명해 퇴로를 열어주자, 권성동 사무총장도 자진 사퇴로 화답한 것이다.

    이날 권성동 사무총장의 자진 사퇴로, 김희옥 위원장은 공석이 된 사무총장직의 후임 인선을 추진해 빠르게 지도부를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 달여 정도 남겨둔 8·9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는 최악의 파국은 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한 권성동 사무총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한 권성동 사무총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희옥 비대위 체제'가 입은 내상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비대위가 8·9 전당대회까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전당대회 준비 및 당권 경쟁 관리 외에 '혁신' 의제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16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일괄 복당' 결정이 나온 직후 김희옥 위원장은 "거취까지 고민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한때 정진석 원내대표 사퇴 목소리까지 터져나왔지만, 이는 곧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와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 주장으로 낮춰졌다.

    그러자 권성동 사무총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내 비박(非朴)계도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엄호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되레 김희옥 위원장의 거취까지 역으로 거론하면서 공박했다. 극심한 내홍 속에서 당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여권 관계자는 "김희옥 위원장의 사무총장 경질 요구가 애초부터 무리했던 것"이라며 "복당 결정의 절차는 무기명 비밀투표였기 때문에 흠잡을 것이 없고, 내용을 문제삼는다면 표결을 통해 의결했던 비대위원 전원이 연대책임을 졌어야 옳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가 봐도 명분 없이 사무총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던 모양새이다보니 파열음이 커진 것"이라며 "김희옥 위원장이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친박(親朴) 강경파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는 바람에, 중립적인 외부인사여야 할 위원장에게 친박 딱지가 붙어버렸다"고 혀를 찼다.

    이말대로, 이번 사무총장 교체 파동 속에서 김희옥 위원장이 친박 계파의 대변자처럼 돼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혁신'의 최대 과제인 계파 청산 작업에 나설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홍 과정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계파 청산하자고 들어온 김희옥 위원장이 계파 패권의 대변인이 되려는 거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병국 의원도 "이런 식으로 나간다고 하면 일부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삼 다시 '혁신'에 착수하기에는 이미 영(令)이 서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권성동 사무총장 교체 의사를 비판하며 비대위원으로서 거취까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던 김영우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도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면전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하는 내 마음도 편치 않다"고 말문을 연 김영우 의원은 "비대위를 처음 발족할 때 하고자 했던 것은 계파 문제를 극복하고 새누리당을 혁신하는 것이었는데, 국민 여론이 계파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가를 하면 혁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며 "사무총장 교체는 혁신을 지향하는 비대위로서는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고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