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2조 원 예산 곧 체감 가능" 주장에 노관규 "시민, 이미 마음 속 판단"
  • 순천을 넘어 순천만을 둘러싸고 있는 여수·광양·고흥 등 전남 동부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이정현 신화'. 전남 순천의 4·13 총선은 이 '이정현 신화'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주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 위해 여수엑스포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여수 택시기사 배모 씨는 박람회장을 가리키며 "참말로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여수에도 이정현 같이 야문 사람이 한 명 나타나면 우리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찍을 것"이라며 "이제 당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의원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으면 다 잘 풀릴 것'이라는 '이정현 신화'. 그러나 정작 해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는 '이정현 신화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 ▲ 전남 순천 NC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순천 NC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순천 시민들 "이정현, 서갑원·김선동보다 일 훨씬 열심히 해"

    순천에서 만나본 시민들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임인 열우당 서갑원 전 의원, 통진당 김선동 전 의원보다 훨씬 성실하게 부지런하다는 점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

    순천역에서 순천 NC백화점으로 이동하는 중에 택시기사 장모 씨는 "내가 모범(택시기사)이라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는데, 조그만 행사장에도 이 양반(이정현 의원)은 어느새 와 있다"며 "볏짚 하나 태우는 (정월대)보름 행사를 하는데 차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근무를 서고 떡국 먹으러 가니, 잠바 차림의 새까만 사람이 벌써 와 있더라"고 부지런함에 혀를 내둘렀다.

    NC백화점에서 순천 한국병원으로 이동할 때 만난 택시기사 박모 씨는 "이정현 씨는 매주 금요일 저녁에 내려와서 호수공원에서 자기가 일주일 동안 일한 이야기를 해주고 간다"며 "김선동, 서갑원이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순천 발전 위해 이정현만큼 일한 사람 없다"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지역구민의 이야기를 성심성의껏 들어준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이정현 의원. 그러나 실제로 뭘 이뤘느냐를 놓고서는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장 씨는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박근혜정부를 봐서는 안 찍어주고 싶지만, 순천시를 위해서는 그 양반의 성품을 떠나서 이정현 의원이 돼줘야 한다"며 "역대로 순천시 발전을 위해서 이정현 의원만큼 일한 사람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병원에서 KEB하나은행 순천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들은 택시기사 이모 씨의 견해도 같았다. 이 씨는 "이정현이 일을 많이 한 것은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낀 것 아니냐"며 "김선동 서갑원보다 훨씬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시대에 당이 무슨 필요가 있다요"라며 "지역 발전 시킬 사람, 똑똑하게 유능한 인재 시켜줘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박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정현 씨가 뭘했네 뭘했네 하는데 설(說)이 많더라"며 "실제로 피부로 느껴지는 것 없는 것 같다"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정현 씨가 자기는 일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질 못한다"며 "이건 노관규 씨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 있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 ▲ 전남 순천 한국병원 인근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순천 한국병원 인근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정현 측 "20개월 일한 탓… 2조 원 예산 곧 체감 가능"

    더불어민주당 노관규·국민의당 구희승 등 야권 후보들은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순천에는 더민주 노관규·국민의당 구희승 후보 외에 최근 신기남 의원이 입당한 민주당의 최용준 후보와 구 통진당 김선동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민중연합당 정오균 후보, 전교조 출신인 무소속 박상욱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러한 야권 후보 진영의 총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측은 "실제로 일을 열심히 한 게 사실"이라며 "체감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정현 의원이 지난 2014년 7·30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돼 8월에 등원했기 때문에 실제로 지역을 위해 일을 한 시간은 20개월 남짓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14년에 확정된 2015년 예산은 이미 손을 쓰기 어려웠고, 1년을 통으로 일한 2015년에 확보한 예산은 올해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2조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아직 연초라 설계비·용역비 정도가 집행되는 단계라 체감이 되지 않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웃 여수만 해도 박람회장 사후활용 문제로 도시 전체가 시끄러운데, 순천은 정원박람회가 끝난 이후로도 박람회장이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정현 신화'는 설(說)이 아닌 실제 효과라는 것이다. 아울러 순천 밖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이정현 효과'가 정작 순천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토착 세력의 흑색선전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지난해 순천이 제주도에 이어 관광객 입장료 수입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내륙 중 1위의 성과"라며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인구가 순증하고 있어 조만간 여수를 제치고 전남 제1의 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남 제1의 도시에 걸맞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숙제"라며 "이를 힘있게 추진해 해결하려면 여당 소속 3선 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관규 "시민들, 이미 마음 속으로 다 판단하고 있다"

    반면 더민주 노관규 후보 측은 '이정현 신화'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객관적인 제3자적 위치에서 이를 밝혀냈다는 주장이다. 순천행·의정모니터연대는 이달 발간한 '국회의원 이정현 의정활동 평가서'를 통해 이정현 의원의 국회 본회의·상임위 출석률이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정현 의원이 △순천만정원 국가정원화 공약은 이행했지만 △순천대의대 유치 △대룡남정정수장 통합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등의 공약은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관규 후보는 23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이정현 의원이 허풍이 세다"며 "시민들은 이미 마음 속으로 다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정현 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절하한 노관규 후보 측은 시장 재임 경력을 바탕으로 △순천만정원~순천만 대대(동)에 이르는 4km 구간의 습지를 복원해 현재의 람사르습지에서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승격 등재 △천혜의 기후를 가진 순천의 입지조건을 활용한 스포츠파크를 조성해 동계전지훈련장으로 활용 △구도심 공동화의 해법으로 제2잡월드 유치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 ▲ 전남 순천 연향동 KEB하나은행 건물에 입주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남 순천 연향동 KEB하나은행 건물에 입주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 선거사무소. ⓒ순천(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구희승 "생태 수도 순천에 경제 활력 더하겠다"

    한편 치열한 경선을 거쳐 국민의당 후보로 전날 공천된 '3전 4기의 사나이' 구희승 후보는 개인 역량으로는 최고의 경제전문가라는 점, 당으로는 호남 정치를 복원할 국민의당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구희승 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순천이 '생태 수도' '생태 수도' 하지만 여기에 사람이 더해져야 한다"며 "생태는 삶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순천에는 돈이 돌아야 하고 경제적 생동감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법조인이지만 15년 이상 중앙경제부처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우리 지역의 경제적 활력을 모색하는데는 최적임자"라며 "네 번째 도전인데 이제는 정말 시민 여러분들께서 일할 기회를 달라"고 자처했다.

    ◆인터뷰서 "호남 정치 복원할 세력은 국민의당 뿐" 강조

    △새정치 △호남 정치 복원을 내걸고 나선 국민의당 후보답게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당을 싸잡아 기득권 패권세력으로 비판하는 대목도 예리했다.

    구희승 후보는 "더민주는 매우 무능하고 폐쇄적인데다 익숙한 2등에 안주하면서도 때만 되면 당연히 호남에서 표가 나올 줄 알고 있어 호남 정치를 망쳐버렸다"며 "더 이상 더민주에는 호남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바닥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다원화된 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1인 중심으로 가고 있는 왕당 체제"라며 "그와 같이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정당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우리 지역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우리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우리와 함께 미래를 나눌 정치 세력인가"라고 순천 시민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총선은 아주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될 것이니, 냉정하게 평가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