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 뀐 놈, 열 받은 놈, 쫄은 놈
    “나도 인공지능, ‘태양의 후예’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내가 싸질렀다. 그래 어쩔래!
    내가 벌어서, 내가 만들어서 내 맘대로 터뜨리고 날려 보내는데 무슨 상관이냐?
    그래도 약간은 상관하는 걸 바라지만...
      그 무슨 제재를 들이대고, 양놈들과 함께 무력시위·연합훈련 따위를 한다고? 
    까불지 마라. 남녘의 슨상님과 변호인(便好人)이 북녘에 와서 무릎 꿇고
    우리 애비에게 한 약속이나 지켜! 핵무기하고 미사일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는 모양인데,
    험한 꼴 보고 싶냐? 
      내가 왜 이러냐고? 5천 년간 이 땅에 전해 내려오는 만고(萬古)의 진리를 모르다니 한심하다. “똥 뀐 분이 성내신다” 말이다. 그런데...
  •   요즘 부아가 끓어오른다.
    세상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핵탄두를 공개했는데 비웃음을 보내?
    그리고 대륙간탄도탄 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보여주고,
    ‘핵탄두 폭발시험’을 강행하겠다는데도 꿈쩍하지 않아?
    허긴 바다 건너 껌둥이 오가 놈과 양코쟁이 몇 놈하고,
     ‘북악(北岳) 산장’ 노처녀와 국빵군 아새끼들만 조금 겁을 먹는 표정이네. 
      남녘 인민들도 환호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바짝 긴장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찌라시들도 그 넓고 많은 지면(紙面) 놔두고 귀퉁이에다 삐죽 실어 놓고 마네. 자존심 구기누만... 이유가 있다고?
      아하! 인민들이 그 놈의 ‘바둑시합’하고 ‘연속극’에 팔려서
    내가 연출·주연하는 핵 연극을 미처 보지 못했다?
    이거 약 오르고, 진짜 열 받네.
  •   세계 각국이 바둑 두는 인공지능(人工知能) 때문에 난리라지만, 나도 어엿하고 남 부끄럽지 않은 인공지능이야. 어떤 놈들은 돼지가 만든 거 같다고 어깃장을 놓지만, 분명 사람이 만들었다고.
    ‘백도혈통’(百盜血統)이라는 별종의 피가 섞였으나, 분명 사람이 만들었다니까.
    물론 고모부가 박수를 건성건성 친다고 기관총으로 박살을 내는 인공지능(人空知能)일 때도
    가끔은 있지만 말이야. 그러니 나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나저나 연속극 말인데... ‘태양의 후예’라?
    내가 원조(元祖) ‘태양의 후예’인 걸 다들 알잖아. 남녘의 인민들도 우리 할애비 잘 알지?
    남녘에 나라를 세웠다는 늙은이 생일은 몰라도, 우리 할애비 절태일(切胎日:탯줄 끊긴 날)은
    ‘태양절’로 모두 기념하고 있으면서... 며칠 안 남았어.

      남녘의 여편네들은 물론이고 뛔년과 왜(倭)년들까지 그 연속극 땜에 난리라던데.
    그 주인공 놈 때문에 말이야. 베레모를 쓴 군발이 패션마저 멋있고, 빨래판 같은 뱃살하며,
    연속극 중의 대사까지 화제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원조를 따라올 수는 없지. 나 자신 있거든.
  민족해방을 위해 적화통일을 성취하려 불붙는 욕망이 짙게 스며있는 쌍판때기야 말로
여편네들이 오줌을 질금거릴 전형적인 짐승남의 모습 아닌가. 부(富)와 권력을 상징하는 불룩한 돼지 배때지하며, 그에 걸맞는 패션... 죽이지 않나. 펄렁거리는 통바지와 두툼하고 길쭉한 코트에 중절모까지 쓰고 핵탄두를 만지는 내가 송 아무개 보다 당연 폼 나고 멋지지.
썬 글라스야 나도 쓰지만 손에 꼬나들은 담배는 따라올 수 없지 아마. 더욱 중요한 건 그 아새끼 상대 여자 배역은 하나뿐이지만, 나는 여럿이잖아.
  뛔놈 나라 공안부에서 송 아무개에 대한 상사병(相思病) 주의보를 내렸다지만,
나도 치명적인 매력(?)으로 인해 인터넷 검색 자체가 중단 된 적이 있었지.
 ‘金三胖子’[진싼팡즈: 김 돼지 3세]라고, 알 만한 뛔놈·년들은 다 알아. 
  •   헌데 남녘의 인민들보다 진짜 괘씸한 놈들이 있네.
    평소에 내게 무릎을 꿇겠다, 살살 빌겠다, 모든 걸 필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갖다 바쳐야 한다고 아양을 떨던 그 국개(國개)와 그 언저리들 말이야. 내가 폼을 재면 박수라도 쳐야지, 지들 선거가 코앞이라고 모른 체 하네. 국개(國개) 한복판에서 똥오줌 오래 참기와 말따먹기 연장 승부를
    벌이던 게 언제 적인데, 벌써 변심을 했단 말인가?
      아! 걱정 말라고... 열심히 한눈 팔지 않고 선거 운동해서 당선만 되면 다시 국개(國개)가 되어
    잘 뫼시겠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라? 개성공단 다시 살리고, 5·24 조치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되 물리고, 양놈들에게 강력하게 태클을 걸어서 제재니 뭐니 철회시키겠으니... 좋아 그럼 용서하고 기대해 보자구.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조금 풀리긴 하누만. 
     
      하지만 요즘 여전히 찜찜한 게 있어. 영 가시질 않네.
    입맛도 떨어지는 듯하고, 밤에 잠도 잘 안와. 남녘을 향해 핵무기며 미사일이며 들이대면서
    협박을 해도 남녘 인민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에다가 마이동풍(馬耳東風)이거든.
    호랑이 보다 곶감이 무섭다고, 이거 슬슬 겁이 나네. 무슨 꿍꿍인지,
    뭘 믿는 건지 도무지 가늠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고 말이야. 

      거기에다가 촘촘하게 여기저기서 조여 오는 제재인지 뭔지 때문에 달러 조달도 신통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거든. 그야말로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 네’[春來不似春] 
      별거 아니라고? 한방에 보내버리면 된다고? 하기 사 그 방법이 있긴 있지만...
    그거야 말로 “너 죽고 나 죽자!”는 건데, 나는 죽기는 싫거든.
  •   더구나 양놈들이 내 목 따는 훈련을 한다는데, 누구라도 자기 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다면
    등골이 서늘한 건 당연하지. 그래서 그런지 잠이 들어도 가위 눌리는 때가 많고
    자면서 식은땀도 나니, 큰 병이나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이 구석에는 믿을 놈들이 없고, 뛔놈 나라에 나가 있는 대사(大使) 놈한테
    명의(名醫)를 조용히 만나 처방을 구해보라고 해야겠어. 요새 내가 좀 쫄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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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주> 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주(駐)중국 좃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 지재룡으로부터
    암호 전문이 도착했다. 
      “豚犬不問 狂者之藥 角木也.” [돼지와 개를 불문하고, 미친놈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 
      물론 조선말 번역이 첨부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   끼>

    # 이 글을 읽는 분들이야 다 아실 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여 몇 자 적는다. 
      오는 3월 26일은 이 나라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 탄신 14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6년 전 그날에는 천안함 폭침으로 해군 장병 46명이 희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