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정호준과 함께 탈락, 박지원 "아직도 친노가 조종한다고 본다"
  • ▲ 더불어민주당내 친노 수장으로 불리는 한명숙 전 의원과 이해찬 의원. 한명숙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 공천을 맡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내 친노 수장으로 불리는 한명숙 전 의원과 이해찬 의원. 한명숙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 공천을 맡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결국 친노의 수장으로 불리는 6선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찬 의원은 14일, 친일파 논란 불거졌던 이미경 의원과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정호준 의원과 함께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해찬 의원은 친노의 수장으로서 상징성이 두드러지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친노 패권세력으로서 표적공천 대상으로 이해찬 정청래 이목희 전해철 김경협 의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해찬 총리는 우리당을 위해 오랫동안 크게 이바지해 오신 분"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은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찬 전 총리께서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김종인 대표는 '선거 구도의 전체를 위해 (이해찬 의원을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끼리도 이 문제를 놓고 상당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성수 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직접 소통 있었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비대위 차원이 아니더라도 공천관리위원회 차원에서 간접적 의견 전달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내 지도부와 이해찬 의원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해찬 의원은 지난 12일 보란 듯 선거 사무실을 차리며 총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때문에 이해찬 전 총리의 컷오프를 계기로 표면적으로는 김종인 대표가 친노를 우선 제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으로 박영선 비대위원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으로 박영선 비대위원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천에서 배제된 친노 의원들이 각자 이의신청과 반발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이 친노의 끓는 속을 폭발시킬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민주 최재성 의원은 앞서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공천 과정에서 보이는 손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작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공천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공천 결정의 논거 들을 통해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잘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날 선 비판을 날린 셈이다.

    반면, 이해찬 의원의 숙청을 일부 친노 역시 내심 반겼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14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김종인 대표야 부인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아직도 친노들이 조종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가 휘두르는 공천 칼날로 친노가 제거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는 방식으로 문 전 대표 역시 여기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종인 대표는 이해찬 전 의원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 지난 12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3일에도 직접 전화를 다시 걸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김종인 대표의 '이해찬 숙청'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끝끝내 '할말은 없다'며 입을 다문 것만으로도 김종인 대표 행보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작지 않다.

    김종인 대표는 이해찬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언론에 이야기하나.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에서 끝나는 것"이라며 "그런 질문을 받지 않을 테니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고 답하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 의원들 다수를 쳐내면서도 친노 핵심인 의원들은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