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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아이들이 오린 '신문', 대북풍선 타고 北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광고까지..통제된 北주민들에게 남한 소식 알려

유경표·정성화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6-03-07 16:10 | 수정 2016-04-25 13:14

▲ 5일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인권단체 인민의소리가 날려보낸 대북풍선. ⓒ뉴데일리 정성화 기자

북한인권운동과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나서고 있는 북한인권단체 ‘인민의소리’가 북한이탈주민의 의견을 받아, 대한민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문을 대북풍선으로 북한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한과 북한에 대한 여러 정보가 담긴 신문이야말로, 그 어떤 대북전단지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5일 오전 인민의소리와 시민단체 회원 수십여명은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능안리 해병참전비 앞에서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위해 모였다. 

겨우내 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인 이날, 따뜻한 남풍이 취재를 위해 현장에 도착한 기자의 몸을 휘감아왔다. 몇 분 지나지않아, 수소가스와 대북전단을 가득 실은 차량들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는 기자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 북한으로 보낼 대북풍선은 총 30개. 그는 남풍이 불어온다는 기상예보가 뜨자,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새벽까지 전단 살포 준비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대북전단 살포를 준비하는 날이면, 수면시간이 겨우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도 기자와 만난 강씨는 수염도 깎지 못한 채,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최근 남풍은 지난 1월과 2월에 남풍이 한 번 불었고, 이번달 3일에도 불었다. 이제 남풍이 많이 부는 계절인 봄이 오면, 대북전단을 더욱 많이, 자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민의소리 회원들이 대북풍선을 띄우는 모습. ⓒ뉴데일리 정성화 기자

인민의소리 회원들에 의해 대북전단이 가득담긴 비닐뭉치들이 차에서 내려지고, 이내 수소 주입작업이 시작됐다. 비교적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작업이니 만큼,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항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했다. 

대형 비닐에 수소를 주입하고, 케이블타이로 전단 뭉치까지 매달은 인민의 소리 회원들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손을 뻗쳐 대북풍선 11개를 띄워 올렸다. 

하지만 남풍을 타고 하늘로 오르던 풍선 중 5개는 강한 바람에 마치 오뚜기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더니, 결국에는 전신주에 걸려버렸다. 이를 지켜본 강재천씨 등 인민의소리 회원들의 얼굴에도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바람이 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남풍이라도 강풍보다는 미풍이 더 좋은데..” 강 씨는 전신주에 걸린 풍선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북전단이 북한에 살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100%로 전제할 때, 풍선을 띄우고 날려보내는 일의 비중은 2%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머지는 전단을 만들고, 살포 전날부터 당일 새벽까지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는 등 준비작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바람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대북풍선은 북한이 아닌, 바다 등 엉뚱한 장소로 날아가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인민의 소리’는 대북전단을 몇일ㆍ몇시에 날릴 것이라고 예고하는 일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고 했다. 

▲ 강풍에 의해 전신주에 걸린 대북풍선. ⓒ뉴데일리 정성화 기자

전신주에 걸린 대북풍선은 경찰과 협의해, 한전측에 도움을 받아 회수했다. 강풍이 부는 날 전신주가 많은 장소에서 대북풍선을 띄우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인민의 소리 회원들은 상의 끝에, 장소를 옮겨 살포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차 대북전단 살포 장소로 결정한 곳은 파주시 탄현면 낙하IC 인근의 한 논밭이었다. 이 장소는 주변에 둘러싸인 산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인공 구조물에 걸리지 않을 안정적인 높이까지 풍선이 떠오르기가 쉬웠다. 이 곳에서 인민의소리는 대북풍선 19개를 북한으로 날려보냈다. 

대북풍선 1개에 매달아 띄워 올리는 전단뭉치의 무게는 약 3.5kg 가량이다. 이 뭉치 1개에 대북전단 1만여장과 사탕 등 간식거리, 중국 화폐(1위안) 등이 담겨있다.  

인민의 소리측은 이번에 날려보낸 대북풍선에 국내 주요 언론사의 신문도 같이 동봉했다. 

강재천씨는 신문을 넣은 이유에 대해 “북한의 지성인들에게 김정은 독재정권의 실상과 악행, 국제사회 내 북한의 한계를 명확히 알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남한에서 발행하는 신문을 ‘날 것’이라고 표현했다. 노동당과 김정은을 찬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공된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신문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 북한인권운동가 강재천씨가 대북풍선에 대북전단뭉치를 묶고 있다. ⓒ뉴데일리 정성화 기자

인민의 소리에서 대북전단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북한이탈주민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남한 신문에서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볼 때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은을 비난하고 욕하는 자극적인 전단을 북한 주민들이 볼 경우, 오히려 남한정부의 선동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심지어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은 신문을 접하면 ‘남한사회가 저렇게 자유로운 곳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2시간동안 이어진 대북전단 살포 작업이 마무리 된 후, 본지 기자는 인민의 소리 관계자와 함께 대북전단 자원봉사자들이 있다는 경기도 일산의 한 작은 교회로 이동했다. 

교회 안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 5~6명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정성스레 신문을 오려 대북전단이 들어갈 비닐에 넣고 있었다. 인민의소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자원봉사에는 초등학생, 중ㆍ고등학생 등 모두 20여명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 중에는 북한이탈주민 부모를 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오리는 신문을 살펴보니, 대부분 최근 발행된 것들이었다. 이 신문들은 장당 70원으로 인민의소리 회원 한명이 자비로 마련했다고 한다.  

인민의소리가 북한에 날려 보내는 전단뭉치 1개에는 오린 신문기사 100개가 들어간다. 따라서 30개의 대북풍선을 날려보내기 위해 약 3,000장이 들어가는 셈이다. 대북풍선 1개를 띄우기 위해서 이처럼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활동비 대부분을 약간의 후원금과 자비로 충당하고 있는 ‘인민의소리’ 형편에 일당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자원봉사는, 인민의소리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로 도움을 주고 있는 이 교회 목회자에 따르면, 인민의소리 대북풍선에 전단지, 신문과 함께, 성경을 넣어 보내고 있다. 

교회 목회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요일마다 아이들이 모일 때, 대북전단 준비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대북풍선을 날려보내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민의소리 강재천씨는 대북전단 살포 활동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과 함께,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이 우리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심리전에 크게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대북전단 외에 신문을 적극 활용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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