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당권·대권 분리, 공천, 성찰 등에서 친노와 지속적 차별 모색
  • 그간 '안철수신당'이라 불리던 신당의 당명이 '국민의당'으로 확정됐다. 당명에 '새정치'나 '민주'가 빠진 것을 두고, 안철수 의원이 '반면교사(反面敎師)'인 문재인 대표와 모든 것을 상반되게 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신당'은 8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의 당명인 '국민의당'을 공개했다. 정치 일정으로서는 이례적인 금요일 저녁에 기자회견을 잡은 이유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당명 선점 사태' 등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명이 발표된 뒤 안철수 의원은 "현재 국민들이 낡은 정치에 실망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가 원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당의 준말이라고 해석해주면 좋겠다"며 링컨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8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신당의 당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8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신당의 당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억지로 '민주' 끌어다쓰는 문재인과 차별화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당명에 '새정치'와 '민주'가 빠진 것을 주목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대표도 변해야 한다"며 "'새정치'도 오랫동안 이름이 회자돼서 진부해졌기 때문에, (당명에) 새정치가 들어가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었다.

    이날 당명이 '국민의당'으로 결정된 것은 안철수 의원 또한 이러한 지적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신당이 안철수 의원 1인의 사당(私黨)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핵심 키워드인 '새정치'를 당명으로 사용할 경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길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당명에 '새정치' 뿐만 아니라 '민주'도 빠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기만으로 일관하는 문재인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 계파가 장악한 제1야당은 최근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꿨다.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애착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당명을 둘러싸고 당이 법적 분쟁에까지 휩싸였다. 원외(院外)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당명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당명 사기·도용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정치적 속임수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당명과 함께 충심으로 호남 민심에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 ▲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한 문재인 대표가 새로운 당명이 적혀 있는 펼침막 아래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당명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한 문재인 대표가 새로운 당명이 적혀 있는 펼침막 아래 앉아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안철수, 당대표 안 맡을 듯… 문재인과 달리 당권·대권 분리

    이처럼 문재인 대표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별성을 모색하겠다는 안철수 의원의 의중은 여러 지점에서 읽힌다.

    안철수 의원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지 않은데 이어 중앙당이 창당한 뒤에도 대표를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신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도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를 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대권과 당권을 일찌감치 분리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표가 당내에 비등했던 '대권·당권 분리론'을 묵살하고 당권까지 한꺼번에 거머쥐겠다는 욕심으로 지난해 2·8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대표에 선출됐다가 지금 자신과 당이 동시에 망가지고 말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공천 방식에서도 친노 문재인 대표와의 차별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무리를 무릅쓰고 2·8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4·29 재보선, 10·28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하는데도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는 것은 오로지 공천권을 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 사람을 내려꽂기 위한 컷오프·단수공천·전략공천 등에 미련을 가졌기 때문에 대표 사퇴를 못하고 결국 분당(分黨)까지 촉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한 이후 친노 성향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벌써부터 영입된 인재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신당에서 전 지역구 경선 원칙을 관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안철수 의원과 독대한 뒤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신당 합류를 결정한 김희철 전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모든 지역구에서 누구나 다 경선을 하는 것을 신당의 원칙으로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모든 지역구에서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면, 향후 20% 컷오프와 친노 전략공천 등으로 잡음에 휩싸일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경쟁력이 앞서는 후보를 깨끗하게 공정하게 선출할 수 있어 4·13 총선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지난 6일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입당식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그림을 전달받고 있다. 김선현 교수는 이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해왔다는 독직 의혹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지난 6일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입당식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그림을 전달받고 있다. 김선현 교수는 이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해왔다는 독직 의혹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 사진DB

    ◆인재영입 과정에서부터 '성찰'… 후안무치 친노와 달라

    7일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의 회동 직후부터 '국민의 당'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는 '성찰'이라는 단어도 주목할만하다.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패권주의 정치의 대표적인 특징이 무성찰·무책임이다. 문재인 대표를 대선 후보로 옹립했던 친노 계파는 지난 2012년 패배 직후 대선 평가 작업이 자계파의 성찰을 요구하고 책임을 물을 조짐이 보이자, 이에 집요하게 반발해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다.

    안철수 의원은 이와 달리 한상진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나부터 먼저 성찰하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10대 혁신안을 제시했을 때 나부터 공동대표 시절의 과오를 반성하는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었다"며 "그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인재 영입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차별 지점은 뚜렷해진다.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는 현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그린 그림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대학원생들에게 자신이 학회장으로 있는 학회에서 진행하는 고가의 프로그램 이수를 강권했다는 독직 의혹이 들끓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되레 김선현 교수는 당 대변인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그림 사용을) 구두로 허락받았지만, 나눔의 집에서 허락하지 않았다면 내탓"이라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반대로 안철수 의원은 8일 영입한 김동신 전 국방장관·허신행 전 농림장관·한승철 전 검사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과거 기소된 전력이 있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당일 바로 신당 합류를 취소하고 사과했다.

    안철수 의원은 "창당 준비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의욕이 앞서다보니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며 "창준위 발족 후에는 보다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춰서 이러한 오류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당 인사들을 추천한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떤 의원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이 되겠다"고 사과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8일 당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인사들의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미흡했음을 들어 신당 합류를 취소하고 이에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8일 당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인사들의 영입 과정에서 검증이 미흡했음을 들어 신당 합류를 취소하고 이에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조조와 대비되는 전략으로 천하 노렸던 유비 보는 듯

    삼국연의에 보면 방통이 유비에게 서천(西川) 정벌을 권할 때, 유비가 조조와 자신을 대비하는 말이 나온다.

    유비는 "지금 물과 불처럼 나와 맞서고 있는 것은 조조"라며 "조조가 성급할 때 나는 너그러웠고, 조조가 거친 힘으로 다스릴 때 나는 어짊을 으뜸으로 삼았으며, 조조가 속임수를 잘 쓸 때 나는 충심으로 이를 갈음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조조와 생판 다르기에 지금 이만큼이라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작은 이로움을 얻고자 큰 의로움을 저버리는 것은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야권 관계자는 "핀치에 몰린 문재인 대표가 초조하고 성급하게 나올수록, 안철수 의원의 행보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반대로 가겠다는 뜻"이라며 "안철수 의원이 '이제 정치를 좀 알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던데, 안철수 의원의 정치 과외선생은 문재인 대표였던 셈"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