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주승용·박지원·문병호·김동철, 文 비판 대열 합류
  • ▲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이 지난달 26일 열린 당내 호남 의원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이 지난달 26일 열린 당내 호남 의원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고뇌 끝에 내놓은 혁신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깔아뭉개고, "(비주류 탈당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인 전남·전북의 도당위원장을 '몰아내라'고 지시한 문재인 대표의 3일 기자회견에 대해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에 의해 "도당위원장직을 자진사퇴하되 이를 거부하면 해당 지역 의원들이 중론을 모아 대응해달라"고 공갈당한 당사자인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일 연전연패했던 원균을 이순신으로 교체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어떻게 됐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충청병사로 있던 시절 "왜군을 몰아낼 비책이 있다"며 끊임없이 상소를 올려 충무공 이순신을 흔들고, 마침내 삼도수군통제사 자리를 꿰찬 원균은 이후 칠천량해전에서 12척을 제외한 모든 수군 함정을 상실하는 대참패를 당하고 만다. 그 자신마저 죽음을 면치 못했으며, 이 때문에 임진·정유의 양란 동안 전화를 면해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전라도가 왜군의 진격 앞에 노출되게 됐다.

    친노(親盧) 계파의 수장으로 있던 시절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끊임없이 비노(非盧)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를 흔들어 마침내 엎어버리고, 당대표 자리를 꿰찼지만 4·29 재·보궐선거와 10·28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했다. 그 자신마저 대권 주자의 위상이 위태롭게 됐다. 수십 년간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 기반을 해오던 호남 민심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원균이 살아돌아와도 문재인 대표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유성엽 위원장은 이 점을 빗대 문재인 대표의 '사퇴·혁신전대 소집 거부' 기자회견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엽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①연전연패했고 또 패배가 예상된다 ②따라서 장수를 바꿔서라도 승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③만일 연전연패했던 원균을 이순신으로 교체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어떻게 됐겠는가 ④대표에게 물러나라 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아쉽고 유감이지만, 승리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는 거부하면서도 야권 통합을 모색해 새누리당과 1대1로 맞서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유성엽 위원장은 "천정배 의원도 문재인 대표의 사퇴 없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지 않느냐"며 "통합을 위한 필요조건은 문재인 대표가 당의 연이은 참패와 당내 혼란에 책임을 지고 깨끗이 사퇴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표가 "(유성엽 위원장이) 도당위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거부하면 해당 지역 의원들이 중론을 모아 대응하라"는 교시를 하달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성엽 위원장은 "각목이라도 들고 몰아내라는 이야기냐"며 "문재인 대표가 당대표에서 물러나면, 나도 도당위원장에서 바로 물러나겠다"고 대응했다.

    유성엽 위원장 외에도 당내 각계각층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역풍을 불러일으켜 스스로를 옭아매는 자충수로 전락할 공산이 매우 커보인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일 예산안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언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일 예산안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언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혁신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전면 거부당한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당의 앞길이 걱정"이라며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난히 짧은 입장 표명 속에서 불쾌감과 함께 중대결단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득표를 했으며 호남 출신의 유일한 지도부 인사인 주승용 수석최고위원도 "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더 이상 할 말도 없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표가 보는 당원·국민과 박지원이 보는 당원·국민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는 한마디를 남겼다.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의 일원이자 안철수 전 대표가 공동대표였던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병호 의원은 "통합의 책무가 있는 당대표가 분열의 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철 의원은 "결별하려면 결별하라는 선전포고"라며 "문재인 대표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 중진의원들도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사이에서 오는 10일을 전후해 거중조정을 해보려는 찰나, 문재인 대표가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을 폄훼하고 총선 체제 돌입을 마음대로 선언한 것에 대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실상 새정치연합은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분당선 급행에 몸을 실었기 때문에, 이제 중간역에 내릴 수도 없어 꼼짝없이 종착역에서 각자 제 갈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망이다.

    야권 관계자는 "예산이 통과됐기 때문에 당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했던 의원들의 몸이 가벼워진 상황"이라며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나 15일 예비후보 등록을 전후해 제2차 선도 탈당에 해당하는 '2호 탈당 의원'이 나온 뒤 급속도로 당이 허물어지면서 분당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아직 당밖의 신당 세력들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 상태"라며 "(박주선 의원이 통합발기인대회 준비모임을 제안한) 10일까지는 상황이 정리되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탈당한 의원들이 일단 제3지대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대통합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일의 선후를 뒤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