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관련 법안 5개 발의…대응책 없고 모두 조직 권한 정리만
  • ▲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직후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직후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3일부터 14일 사이에 일어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의 공포는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 14일에 이어 16일에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었고, 국회에서도 테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왔지만, 대응책이나 예방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정부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주재로 제2차 ‘재외국민안전대책 및 종합상황점검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청와대, 총리실, 외교부, 국민안전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 시간 동안 이뤄진 회의의 결론은 “테러용의자들에 대해 철저히 동향을 파악하고 입국을 규제한다”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 테러조직 ISIS와 그 추종자들의 전 세계 확산, 세계 210개국에서 살고 있는 재외 한국인에 대한 보호 대책, 국내 대테러 상황 보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여의도 정치권도 ‘테러’에 대해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불러 현재 상황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오고 간 것도 “정부는 뭘 하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질과 고함소리 외에는 이렇다 할 대책이나 예방책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에서의 연쇄 테러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는 “우리도 빨리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자”며 소란을 피웠다.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는 대테러 관련 법안들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법안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치인도 지적하지 않았다.

    현재 테러 대응을 위한 법안은 5개나 발의돼 있다. 문제는 이 법안들이 테러에 대응하는 각 정부부처의 책임범위와 권한, 조직에 대한 규정으로 도배돼 있을 뿐 테러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통합정보조직 및 정보수집, 테러범 체포 시의 구금 및 심문 규정, 범죄인 인도에 대한 특례 조항 등은 아예 없다는 점이다.

    현재 여야 정치인들의 관심은 광화문 폭동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도 아니다. 모두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느냐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여야는 테러 방지법의 근본적인 목적 보다는 국가정보원이 해당 법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을 두드려 패야 공천을 얻을 수 있는 야당, ‘국정원’을 내세워 대신 얻어맞게 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여당이 행태는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진 ‘여의도 정치꾼’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정부 관계자들 또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국가안보실’로 추정되는 청와대 관계자와 총리실 관계자, 국민안전처까지 모두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했지만, 재외국민보호나 테러용의자의 한국 입국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해당 부처’가 다 알아서 하는 모양새다. 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앞으로 전 세계로 테러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에 어떤 대응책을 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이 같은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에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국민 안전에 무관심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안전 담당 부처’만 만들어 놓으면 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지적하며 “지금 상태라면 한국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