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해결할 호기, 역대 최상 한미동맹에서 TPP 가입 긍정평가까지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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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 의전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 의전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16일(현지시간) 낮 12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네 번째 정상회담은 총 2시간에 걸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두 정상은 북핵(北核)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물론 우주개발·보건의료 등 첨단경제분야 등 폭넓은 현안을 놓고 긴밀한 논의를 가졌다.

    단독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5분 늦은 정오 백악관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이 오갔는지, 계획됐던 일정보다 30분가량 길어진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타원형(oval)의 방 모양으로 인해 '오벌 오피스'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오바마 대통령 집무실이자 백악관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박 대통령의 지난 2013년 5월 첫 미국 공식방문 당시에도 한-미 정싱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하늘색 재킷과 파란색상의 바지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도착, 피터 셀프리지 의전장의 안내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다.

    이후 두 정상은 오벌 오피스의 대리석 벽난로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취재진 앞에서 잠시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전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전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오바마의 시선, 북한으로 쏠린다

    취재를 불허한 관계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단독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核) 실험을 강행하겠다는 위협을 지속해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두 정상이 한반도 안보 문제를 최우선 의제에 올려놓고 협의를 진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과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를 채택하고 "북핵(北核)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이란과의 핵(核) 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등 '외교업적(外交業績)'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 과제인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 문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최대 우방으로 꼽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침체'라는 악재(惡材)를 만나 휘청거리는 지금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지난 2013년 정상회담 때처럼, '오벌 오피스' 동쪽 문을 통해 '로즈 가든'으로 이동, 통역 없이 둘만의 독대시간을 갖고 핵심 현안을 논의했을 수도 있다. 

     

    ■ 흔들리는 중-러, 北核 해결할 호기

    실제 중국과 러시아의 내부 경제여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 지난 몇 달간 미(美)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일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조정한 여파로 자본유출이 강화되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8~9월 외환보유액도 1,300억달러 이상이 줄어 당국이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도해 이를 외환시장 방어에 사용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인민은행에 가까운 소식통은 "인민은행 내부 추정치에 따르면, 8월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인민은행이 사용한 자금은 1,200억달러~1,3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7월 말로 끝난 지난 1년간 328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팔았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뒤이은 서방의 대러 제재,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3.9%,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3.9~4.4%로 예상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투자전문회사 'VTB Capital'이 주최한 투자포럼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국채를 대거 매거하고 있음에도 미(美) 국채 가격이 폭락해 국채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역내 미(美) 국채 투자가 여전히 강세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추적업체 립퍼에 따르면, 미(美) 국채에 투자하는 미국 채권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204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이는 2009년 이래 최대 유입 규모다. 다른 미국계 펀드 역시 자국의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전쟁(Currency War)'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국채를 잇따라 매도하며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는 곧 든든한 경제안정을 토대로 한 오바마 대통령이 핵심 외교 현안인 북한 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 TPP 가입, 오바마가 긍정신호 보낸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한국의 가입 요청을 긍정 평가했다.

    두 정상이 채택한 한-미 관계현황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PP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한-미 양국이 협의를 심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한 한국은 미국과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한국의 TPP 참여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가입 승인을 공식화 했다.

    우리 정부는 'TPP 조기 참여'를 내심 원하고 있지만, 기존 TPP 12개 참여국이 "협상이 끝나야 추가 참여국을 받을 수 있다"고 못박으면서 'TPP 협상 타결 이후 가입'이라는 내부 방침을 사실상 정한 상태다.

    타결 이후에도 별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을 비롯해 12개 개별 참여국들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실제 TPP 가입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적으로 한국의 가입 승인을 견인해 나갈 경우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12개 참여국에 크게 양보를 하면서까지 TPP 협상을 서둘러 타결한 이유는 사실상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전까지 TPP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참여국들의 경제적 부를 증진함으로써 중국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는 "TPP 협상 타결로 2025년까지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775억 달러(약 91조4,500억 원)에 달할 것이며, 참여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은 2,590억달러(약 300조7,500억 원)로 전망돼 미국 중심 동맹국 진영의 경제력이 중국 경제권을 상대적으로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경제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발판이자 최대 군사동맹국이다.

    '경제-외교-안보' 그 어느 것도 놓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 국가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식기자회견에서 "빈 틈 없는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단단한 토대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NYT)은 이날 인터넷 속보로 "TPP의 한국 합류가 곧 이뤄질 전망이며, TPP에 한국이 가세하는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 퇴임전까지 해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확대오찬회담-공동기자회견 분위기도 '화기애애'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캐비닛룸(Cabinet Room)'으로 자리를 옮겨 오찬 회담을 이어갔다. 캐비닛룸은 정부 각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장소다.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종종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기도 하는 등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찬 회담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기존 순차통역보다 협의 시간이 약 2배 가량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문제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조셉 바이든 부통령, 애쉬턴 카터 국방장관, 수잔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켄 국무부 부장관,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다니엘 크리텐브링크 NSC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보좌관 등이 배석했고, 우리 측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등이 배석했다.

    단독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은 당초 계획했던 오후 1시40분에서 30분 지연된 2시10분쯤 시작했다. 공동기자회견이 열린 '이스트룸(East Room)'은 백악관 내 가장 큰 방이자 무도회, 리셉션, 콘서트, 결혼식, 시상식, 기자회견실 등으로 두루 사용되는 곳이다.

    기자회견도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인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이 네 번째 정상회담인데 오바마 대통령과 정이 많이 들었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저는 정이 많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 명확성에 감명 받았고 미국에 좋은 파트너"라고 호평했다.

    미국 기자로부터 동시에 질문을 받은 박 대통령은 먼저 답변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오랫동안 발언을 한 뒤 답변 차례가 되자 "(오바마 대통령이) 하도 길게 말씀하셔서 질문을 잊어버렸다"고 언급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