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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직후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전남 목포의 3선 중진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직후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에 이어 차점 득표를 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복심(腹心)으로 호남 민심의 심정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의 결단은 단순한 국회의원 1명의 탈당이 아닌 분당(分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박지원 전 대표는 추석 연휴를 맞이해 지난 22일부터 지역구 활동을 하며 지역 민심을 수렴한 결과 '추석 연휴 직후 새정치연합 탈당'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직후로도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회피함에 따라 호남 민심의 악화가 심해지자 정치적 행보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오던 중, 23일 혁신위가 자신을 공천심사 배제 대상으로 지목하자 마침내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23일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혁신위의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하급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박지원 전 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국 혁신위원도 이튿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비서실장도 하신 분들이 내년에 재선 한 번 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충분히 역할을 했던 분이라면 당의 승리를 위해서 어떤 결정이든 최종적 결정에 따라달라"고 가세했다. 특히 "열세 지역에 간다만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사람별로 다르다고 보지만, 용퇴를 할 분들도 있다"고 밝혀, 공천심사 배제 대상인 박지원 전 대표의 경우 용퇴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3일 혁신안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당의 모든 혁신은 통합을 통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가 목표가 돼야 한다"며 "통합을 통한 정권 교체에 누가 필요한지는 국민이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비교적 온건한 대응을 해왔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무례한 공세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지역 민심이 극도로 격앙되자 이에 발맞춰 점차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24일 오전 YTN라디오에서 "(혁신안은) '당신들은 (당을)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전화가 와서 절대 그런 (나가라는) 내용이 아니라고 했지만, 믿지 않는다"고 불신을 피력한 데 이어, 이날 저녁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대응 수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박지원 전 대표는 TV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선) 패배를 위해 총기난사를 하고 갔다"며 "혁신위원들이 출마할 것이냐, 자기들이 선거를 치르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나는 호남 정치인을 대표하고 있고 김대중 세력을 전국적으로 대표하고 있다"며 "(2·8 전당대회에서) 룰만 바뀌지 않았더라면 내가 지금 새정치연합의 대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심이 엄청난 (신당 창당의) 요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분열보다는 통합·단결해서 정권교체로 가려고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지금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줬다"고 토로했다.
이날 저녁의 입장 표명은 수위나 표현으로 볼 때 사실상 탈당을 시사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문재인 대표에게 내가 탈당할 것이라고 전하라"는 말을 했다는 설(說)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25일 새벽 0시 12분 무렵, 잠들기 직전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글에서 "DJ는 7년 반 전의 오늘을 예상하셨을까"라며 "(DJ가) '의정 활동을 잘 하라, 나의 영향력은 없어진다, 1년 52주 중에 50번 금귀월래 해라'(라고 해서) 나는 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8년간 금귀월래(금요일에 목포로 내려왔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산으로 외국 한 번 안 나갔다"고 호소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극심한 분란 상태에 빠졌을 때에도 인터뷰를 통해 "목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왜 아직도 (새정치연합에) 남아 있느냐, 탈당하라, 신당을 만들라'는 말을 듣는다"면서도 "통합과 단결을 통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정작 통합과 단결을 통해 헌신하려던 당의 혁신위를 통해 '공천심사 배제 대상자'로 매도당하는 배신 행위를 당했다.
25일 새벽의 페이스북 글 또한 배신감과 회한, 탈당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으로 내몰린 것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41.8%를 득표해 문재인 대표(45.3%)에 이어 차점 득표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득표 중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가 경선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박지원 전 대표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룰 해석'이 변경됐기 때문에, 전당대회 기간 중 박지원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온 호남 지역에서는 당권을 도둑맞았다는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525만 호남인들의 마음 속에서 '정신적인 당대표'였던 박지원 전 대표의 탈당 결심은 호남 민심에 거대한 동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새정치연합 친노 지도부에 이미 적대적이었던 호남 민심이 수습 불가능한 지경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류는 민족대이동이 벌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에 수도권으로도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전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중 지역구 민심을 계속해서 수렴함과 동시에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원로와도 정치적 교감을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 40여 명은 지난 4월 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DJ 묘역에서 결의를 갖고 "앞으로 (동교동계의) 모든 창구와 접촉 채널을 박지원 의원으로 단일화하자"고 했던 만큼 동반 탈당의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점쳐진다.
새정치연합 친노 계파는 "박주선 의원 외에는 탈당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안이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자마자 도미노 연쇄 탈당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탈당한 뒤 당분간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정국의 흐름을 지켜본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지원 전 대표의 탈당이 야권발 정계개편을 가속화하면서, 새정치연합 외의 새로운 야권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촉진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공천 여부에 대해 문재인 대표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은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