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전선'은 블랙유머의 결정판이다.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의 영화적 배경은 6.25 전쟁이며, 설경구는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 병사 남복 역을 맡았고 여진구는 탱크를 책으로만 배운 북한병사 영광 역으로 분했다.

    '서부전선'은 전쟁의 야만적인 상황을 통해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같은 말의 다른 판본, 6.25 전쟁의 야만적인 상황이란 원래 본질적으로 슬픈 코미디다.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시작되면 군인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지만 원래 남과 북은 똑같은 한 나라였기에 동족이 동족을 죽이는 괴상한 형국이 펼쳐진다. 아버지가 같은데 자식들끼리 총을 겨누는 것 만큼 슬픈 코미디가 또 어딨을까.

    그런 가운데 관건으로 보여지는 건 '서부전선'이 추석 시즌에 개봉된다는 점. 한가위는 민족의 대명절이자 모처럼 가족들끼리 모여 화목함과 소중함을 다지는 시간이다. 면밀히 생각해보면 추석이란 남한과 북한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묘하게 닮았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한가위의 가족끼리 큰 싸움이 벌어지면 가장 슬픈 날이 되듯이 6. 25 전쟁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의 날이다. 그렇지만 '서부전선'은 이를 심각하거나 진부하게 풀어나가지 않는다.

    이는 '서부전선'이 가진 큰 장점. '서부전선'은 24일 추석을 맞아 개봉되는 만큼 가족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민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따뜻한 코미디극으로 기대된다. '서부전선'이 추석 연휴를 맞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영화 속의 남복은 원래 평범한 농사꾼이다. 영광 역시 공부 좋아하고 풋풋한 연애나 꿈꾸던 보통의 학생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의 한 복판에 투입된다. 남복은 이유도 모른 채 끌려왔으며 영광도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몰리는 상황 때문에 징용됐다. 결국 '서부전선' 안에서 스스로 자원한 사람은 없거나 부곽되지 않는다. 이는 '서부전선'이 전쟁의 위용보단 병폐에 대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싶기에 그렇다. 

    이를 위해 '서부전선'은 진지하고 멋진 군인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방정맞고 허술한 인물군들을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사람이 죽어가는 아비규환 속의 있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역설적이게도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 심각한 상황에서는 작은 해프닝도 금새 코미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에 전혀 안 웃길 수도 있는 사건들이 장례식장에서는 참지 못할 웃음으로 다가오는 사례와 비슷하다. 사람에겐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잠재적 무의식이 있기에 그렇다.


    '서부전선'에는 이런 '웃지마 코미디'들이 가득하다. 이는 '서부전선'의 유력한 흥행포인트인 셈. '서부전선'처럼 관객의 심리를 파고드는 웃음과 재미는 강렬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지점은 '서부전선'이 전쟁을 배경으로 두고 있지 않았다면 황당했을 수도 있는 장면들을 막강한 희극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천성일 감독의 탁월한 유먼센스 덕분이다. 앞서 천성일 감독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맡으면서 코미디에 대한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천성일 감독은 전작의 기세를 몰아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을 원한 적이 없다'라는 통렬한 메시지를 코미디와 접목시킨다. 그러므로 '서부전선'을 접한 관객들은 그저 단순히 웃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공감으로 비롯된 웃음을 짓게 된다. 이 세상에서 전쟁을 원하는 관객은 없거나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서부전선'의 개봉 시기(9월 24일)는 제작 및 배급사들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즐거움과 훈훈함을 이어가고 싶어 영화관을 찾을 것이기에 그렇다. 관객들은 한가위답게 가족들과 함께 웃고 싶고 '서부전선'은 그런 관객들을 웃게 만들어줄테니 어쩌면 설경구와 여진구의 '구구케미'보다 위대한 건 '서부전선'과 관객들의 '서부-관객 케미'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추석 연휴에 관객들의 웃음을 향한 욕망은 드높다는 의미. 특히 '서부전선'은 그저 코미디에 머물지 많고 '군인도 결국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형제이며 아들이다'라는 점을 확실하게 피력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따듯한 휴머니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데올로기와 명분들은 결국 '너와 나는 같은 사람'이라는 인류애 앞에서 힘을 잃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서부전선'은 이른바 '웃지마 코미디'라는 아이러니를 통해 관객의 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예고된다. 그렇게 발생된 웃음은 허무맹랑하지 않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공감과 몰입도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더불어 '서부전선'이 특히 더 반가운 이유는 추석 시즌과 함께 개봉된다는 점과 추석 연휴에 유쾌하고 즐겁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과 합을 이루기에 그렇다. 24일 전국스크린을 찾는 '서부전선'이 의미있는 메시지와 블랙유머를 통해 어떤 놀라운 활약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