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세력, 비주류 반대에도 비공개 박수로 혁신안 통과..민주적 절차 무시
  •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이종현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이종현 기자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7일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혁신안을 통과시킨 문재인 대표를 향해 "혁신안을 '날치기'식으로 통과시킨 문 대표는 독배(毒杯)를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조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 기자와 통화에서 "혁신도 아닌 혁신안을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통과시킬 수가 있느냐"며 "저는 어제 중앙위원회 현장에서 패권화 세력의 '집단적 광기(狂氣)'를 보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집단에 내가 남아있어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비공개로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조경태 의원 등 일부 비주류 의원이 공개 토론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른바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이 동원한 패거리들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비공개 통과를 강했다.

    민주(民主) 창당 60주년을 기념하며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적 사고가 전혀 결여된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양심도 없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집단이 아닌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민주적 토론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면서 "제가 공개토론을 하자고 한 이유는 민주적 토론의 장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들(문재인 대표 등 패권화세력)은 혁신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비공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안건과는 다르게 혁신안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들을 공개함으로써 홍보 및 선전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그런데 당은 무엇이 두려워 비공개로 했나. 그들이 말하는 좋은 혁신안이라면 그것을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안을 비공개로 처리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 ▲ "이의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서 손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의 의사 진행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의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16일 오후 소집된 중앙위원회의에서 손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의 의사 진행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날 회의 당시 조 의원이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회의장 곳곳에서는 "뭐하는 짓이냐" 당장 나가라"는 등의 고성이 쏟아졌다. 문병호 의원도 "제대로 된 표결을 위해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공개여부는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설사 비공개가 관례였다고 하더라도 소속 의원이 공개하자고 제안하면 못받아들일 이유가 없는데, 대놓고 온갖 욕설을 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이게 과연 민주정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당은 말로만 민주(民主)를 얘기할 뿐 민주적인 절차나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 국민이 이런 집단에 우롱당하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권화된 이 집단이 얼마나 반(反)민주적인지 국민이 깨달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제가 발언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고성을 쏟아내길래 '조용히들 하세요'라고 말을 했음에도, 끝까지 말을 끊고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으로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집단에 당원으로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혁신안 통과 강행에 대한 비노계 의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회의장에서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사실은 표현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회의가 끝나고 나서 여러 명이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고 했다"며 "현장에서 그렇게 용기있게 말하기는 어렵나 보다.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박수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박수로 통과시키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가. 그곳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려던 의원들이 있었는데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게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날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비주류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끝까지 자리에 남았는데 박수 몇 번 치더니 만장일치라고 했다. 이게 말이되느냐"고 푸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은 "거수(擧手)라도 하게 해서 몇 명이 손을 들고 몇 명이 안 들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심지어 그것도 하지 않았다. 짜여진 각본에 의해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3선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내년 총선이 이런 분위기로 간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며 "그 어려운 영남지역에서 당을 지켜온 저 조경태 입장에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대해서는 "이 역시 꼼수다. 일반 국민이 아닌,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의미없다"며 "결국 자기 패거리들에게 의견을 묻는 '형식'을 갖춘 채 어제처럼 재신임을 밀어붙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조 의원은 아울러 "민주적 절차인 반대 의견을 무시한 어제의 혁신안 통과는 무효화해야 하고, 문 대표는 재신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본인의 무능함을 깨닫고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구차하게 재신임을 묻지말고 내년 총선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며 문 대표 퇴진을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