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빼기, 힘 빼기로 이적행위 후 생색은...
    “조건없는 접촉” 제의가 받아들여져 다행?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   “경찰관은 살인(殺人)을 마음먹고 있는 악당(惡黨)을 설득하려고 하기에 앞서 먼저 진압(鎭壓)부터 해야 한다.” 최근 더욱 복잡하고 심각하게 돌아가는 남북관계의 재정리를 위해서 그 어느 것보다 무겁게 받아드려야 할 경구(警句)이다.
      특히 화전양면(和戰兩面)의 칼을 들고 상대방을 무릎 꿇리려 설쳐대는 적(敵)의 모략(謀略) 앞에서 섣불리 대화(對話)나 협상(協商)을 먼저 읊어대는 것은 스스로 약점을 노출시키는 하수(下手) 중의 하수이다. 아니 때에 따라서는 적(敵)을 도와주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   좃선인민군의 DMZ 목함 지뢰 도발로 인해 초래된 남북간 무력(武力) 대치의 초긴장(超緊張) 상황은, 북녘이 이른바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고 우리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화전양면(和戰兩面)의 대결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허나 그 변화무쌍한 속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남북간 무력(武力) 충돌의 일촉즉발(一觸卽發) 국면에서 북녘이 먼저 대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여러가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비세(非勢)를 인정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물론 전술적인 후퇴는 전면적인 퇴각(退却)과 다르다는 점에서 경계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런한 과정에서 웃지 못할 넌센스, 아니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루어지기 이틀 전(8월 20일), 노회(老獪)한 북한 좃선노동당 대남(對南)담당비서라는 자가 우리 ‘북악(北岳) 산장’ 국가안보실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새(鳥)연합의 왕초는 그 다음날(8월 21일) “조건없는 고위급 접촉을 북한에 제안할 것을 정부에 제의한다.”고 떠벌린다. 이어서 전방(前方)의 주민 대피소를 찾아 “우리 군도 북한이 더이상 도발하지 못하도록 해야하지만 한편으로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 필요하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북한과의 대화의 끈도 놓지 않고 유연한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 등등 말의 향연(饗宴)을 늘어놓았다.


  •   이 분께서는 당초 좃선인민군의 지뢰 도발이 밝혀진 뒤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 북한의 사과(謝過), 진상 규명” 등 화려한 말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등 다각적인 대화 노력”, “5·24조치 해제”를 소리 높이 외치기도 했었다.
      필자의 소견(所見)을 다시 한 번 언급하건대, 결국 이것은 “북녘은 계속 남녘의 뺨을 갈기고 남녘은 더 때리라고 계속 다른 뺨을 내미는 것을 상호 이해함으로써 관계를 유지(維持)시키자.”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급기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판문점에서 이루어지자(8월 22일), 이번에는 자신이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환영한다. 우리 당이 어제 제안했던 방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치사(功致辭)를 해댔다.
      이야말로 “이번 만큼은 강력히 대응하여 제대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자!”는 궁민(窮民)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모아지고 있는 차제에 ‘대화’니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니 하면서 김 빼는 소리를 해대 놓고도 뻔뻔스럽게 생색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굴종(屈從)으로써 도발한 자들을 사실상 고무·격려했던 것은 아예 되돌아 보지도 않았다.



  •   더욱이 상황이 막상 ‘대화나 협상’ 쪽으로 간다해도, 그것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일치되고 강력한 목소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인 즉, 위에서 지적한 우둔·천진스런(?) 말장난들이 대북(對北) 압박 및 협상력을 현저히 약화(弱化)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언컨대, 이 모든 일련의 연속된 ‘두 마리 토끼 잡기’식의 정략적(政略的)·기회주의적 행보가 이적(利敵)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생존(生存)이냐 파멸(破滅)이냐, 번영의 토대를 허무느냐 더욱 굳건히 하느냐의 엄중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 그 싸움의 주적(主敵)은 북녘의 세습독재 정권과 ‘성(城) 안의 적(敵)들’이다.
     
      다시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말씀을 듣는다.
      “생명과 권리의 보전(保全)을 위한 투쟁은 단순히 서로 다른 이념들 간의 정신적 투쟁에 국한될 수는 없다. 이 투쟁은 육체적 견인불발(堅忍不拔: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아니함), 피와 땀, 수고와 눈물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