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남북 양측 냉정히 대응해야"… 국정원 의혹 규탄에 주력
  • ▲ 새정치민주연합이 12일 최고위원회의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 현장에서 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남면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12일 최고위원회의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 현장에서 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남면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쪽보다도 남쪽을 향해서 소리칠 것이었다면, 왜 서울에서 50㎞나 북쪽으로 올라가 임진각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까.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현장최고위는 자유의 다리를 등지고 남면(南面)한 대표 및 최고위원들의 방향 만큼이나 남쪽을 향한 외침으로 점철됐다. 그냥 여의도에서 외치는 것이 '남쪽 사람들'의 귀에 더욱 잘 들렸을텐데, 의문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마치 현장최고위를 시작하기 직전에 잠시 북면(北面)해서 자유의 다리 방향을 바라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뒤, 곧 남면(南面)하고 자리에 앉아 모두발언을 길게 진행한 것처럼, 발언의 분량에서 대북(對北) 메시지와 대남(對南) 메시지에 할애한 비중도 그 정도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있었던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임진각 전망대에서,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광복 70년, 이제는 통일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단상에 자리했다. 이 자리에는 당초 8·15 자전거 국토순례 관계로 참석 여부가 불명이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무능을 질타하는 데 더 무게중심을 실었다.

    문재인 대표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해 인명사고를 일으킨 것은 명백한 군사적 도발로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은 즉각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히 밝혀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일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임진각 전망대에서 북면한 채, 자유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일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임진각 전망대에서 북면한 채, 자유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한을 향한 촉구는 거기까지였다. 포문은 남쪽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문재인 대표는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역사적인 해이지만 평화도, 안보도, 외교도 최악"이라며 "정부의 무능이 너무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우리의 운명이 걸린 한반도 문제에서 구경꾼이 돼서는 안 된다"며 "역내의 대립과 갈등을 우리의 주도 하에 평화와 화해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가 한반도의 중심임을 분명히 하는 광복 70주년이어야 한다"며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한이 서린 임진각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마치 '제3자'인 양 남북 양측 당국의 자제를 주문하면서, 국정원 해킹 사찰 의혹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지뢰 폭발로 인해서 평화의 무대로 가야 할 DMZ(비무장지대)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안전장치가 없는 시기에는 확전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남북 양측이 인식하고 냉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의 다리를 등진 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의 다리를 등진 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 대화를 원한다면 이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삼으라"며 "대결의 끝에는 민족상잔, 대화의 끝에는 민족화해가 있다는 것을 남북 당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화제를 국정원 해킹 사찰 의혹으로 돌린 이종걸 원내대표는 "임진각에서 최고위를 개최하는 이유는 진짜 안보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며 "국정원의 대국민 해킹 사찰 의혹은 이들이 말하는 안보가 국민의 안보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임진각 현장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곧 마이크의 방향을 남쪽으로 돌려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촉구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있었던 비무장지대 지뢰폭발 사고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자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북한의 도발과는 별개로 그간 우리 군이 허술하고 안일한 경계 태세로 뒷북대응을 해 국민의 우려를 자아냈던 바도 지적한다"고 양 측의 책임을 동시에 추궁했다.

    이후 그는 화제를 전환해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이 전날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지키도록 "정부·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롯데 그룹의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분단 상황과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 대한 양비론을 펼치며, 최종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대남(對南) 촉구로 발언을 끝맺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의 다리를 등진 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전망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의 다리를 등진 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파주=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추미애 최고위원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한국과 미국은 핵잠수함과 B-52 폭격기를 마련한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무력과 무력이 맞서는 악순환의 꼬리가 되풀이되면 북한의 국지적 도발은 목함지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대화 제의를 해야 안보도 풀 수 있고 무력 증강도 풀 수 있다"며 "어서 대화의 고리를 푸는 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줄 것을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병헌 최고위원만은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 도발을 '만행'으로 규정짓고 강력히 규탄하면서, 동시에 15일부터 북한이 사용한다는 이른바 '평양 표준시' 시도에 대해서도 재고를 촉구하는 등 대북(對北)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광복절을 앞두고 북한이 DMZ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에 목함지뢰를 설치해서 우리 국군 2명이 크게 다쳤다"며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에 위배된 명백한 도발로,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8·15를 기해 북한이 단독으로 표준시를 30분 늦춘다고 한다"며 "분단을 고착하고 남북 간의 동질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감스럽고 잘못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남북이 다른 시간을 쓴다는 것은 상호 이질성을 확대시키고, 한반도의 역사성과 시간의 정체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반도 전체의 이익 추구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차원에서 재고하라"고 북한 당국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