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하기 위해 시작한 것 아냐, 국가안보도 중요"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열린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장에서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수락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열린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장에서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수락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위원 인선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전진 배치시켰다. 지난해 7월 31일 공동대표 사퇴 이후 맡은 첫 당직을 계기로, 현 지도부와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쏠린다.

    안철수 위원장은 17일 최고위원·국민정보지키기위원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보다 앞서 발언하며, 위원회 인선 내용을 공개했다.

    위원장 포함 11인인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국회의원 5명·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됐다. 다섯 명의 국회의원은 국회 정보위 소속인 신경민·문병호 의원과 국회 미방위 소속인 우상호·송호창 의원 그리고 수석사무부총장인 김관영 의원이 인선됐다.

    이 중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위원장의 공동대표 시절 대표비서실장을 맡은, 당내에 몇 안 되는 안철수 위원장의 측근으로 손꼽힌다. 문병호 의원은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을 때도 안철수 위원장과 연대한 바 있다.

    송호창 의원도 안철수계로 분류되며,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할 때 안철수 위원장의 몫으로 조강특위 위원으로 지명된 적도 있다. 다만 당시 송호창 의원은 당무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 안철수 위원장의 뜻에 따라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양했었다.

    수석사무부총장 자격으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에 들어간 김관영 의원은 안철수 위원장과 굳건한 연대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긴밀한 관계다.

    외부 전문가는 안철수 위원장이 스스로 "나와 함께 오랫동안 국내 해킹 보안 분야에서 일해 왔다"고 소개한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를 포함해,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임을규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임강빈 성균관대 정보보호학과 교수·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차장 등이 인선됐다.

    안철수 위원장이 위원회에 자신과 긴밀한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이 사안을 대정부 공세의 호재로 사용하려는 당내 강경파에 맞서 자신만의 뭔가 다른 '진상조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16일 열린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16일 열린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오늘은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날인 만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드린다"며 "나는 정쟁을 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 상황에서 국가안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의 인권도 중요하고 국가의 안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사안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이런 싸움이 정쟁으로 흐르지 않는 일이 드물었다"면서도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싸움을 시작해보겠다"고 밝혔다.

    정쟁과 선을 긋고, 국가안보의 중요성도 아울러 강조하는 것은 이날 연석회의에 함께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모두발언과는 방향성을 달리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국가정보기관이 스마트폰 불법 해킹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는 국정원의 반국가적 범죄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단죄하지 못한다면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거론하며 "침묵과 부인, 은폐 기도는 수많은 디지틀 증거 앞에서 스모킹건에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이미 국정원이 전 국민의 스마트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기라도 한 것처럼, 뭔가 기정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당내 분위기 속에서 '정쟁으로 흐르지 않는' 안철수식 진상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위원회에 자기 사람을 포진시키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원회에 안철수측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더라도, 이를 정쟁 소재로 활용하고자 하는 친노 강경파의 압력을 안철수 위원장이 버텨낼 수 있을지 회의감을 표시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위원장직 제안을 안철수 의원이 흔쾌히 수락한 것은 뭔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상조사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안철수 의원이 독자행보를 하다보면, 인내심을 잃은 당내 강경파들로부터 '2중대' 소리를 듣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