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남북관계 개선 전략, 대일관계 개선 등에 대한 기조와 정책 설명
  • ▲ 9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초청한 관훈클럽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9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초청한 관훈클럽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9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초청 관훈클럽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강제징용시설 문화유산 등재, 한일 정상회담과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 한중일 삼국 정상회담, 남북 관계, 6자 회담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세미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기조발제로 막을 올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장관답게 현재 동북아시아와 국제 사회의 상황을 설명한 뒤, 지난 2년 반 동안 박근혜 정부 외교부가 올린 성과를 자랑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무엇보다도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모두 최상의 상태로 만들었다”는 점을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이야기했듯 상호 양립이 가능하게 조화될 수 있다고 보며,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공산당 인민해방군이 CADIZ(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확장 선포한 뒤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과의 전략적 이해 충돌을 원만하게 조정하면서 60여 년 만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확장해 발표한 것을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 ▲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을 듣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을 듣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일 관계 또한 일본의 태평양 전쟁 강제징용시설 문화유산 등재에서 ‘강제징용’이라는 문구를 넣고, 이에 대한 정보센터를 세우기로 한 것이 한국 정부가 주장을 관철시켜 이끌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기조 발제가 마무리되지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이선근 관훈클럽 총무(연합 인포맥스 사장)의 사회로 패널의 질의가 쏟아졌다. 가장 먼저 거론된 주제는 일본 강제징용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일본이 군함도 등의 강제징용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해당 시설이 “강제징용시설로 사용됐다”는 설명을 달도록 하고, 이에 대한 정보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문화유산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일본 정부 관료들이 불과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꼼수를 부리고 불평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발언, 그리고 문화유산위원회의 회의록 정본(定本)은 영어로 되어 있다”면서 “영어로 표기된 회의록 원안을 보시면, 일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과 우리의 주장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오해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아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日내각 관료들이 강제징용 사실을 부정하자 국내 일각에서 제기한 “정보센터 건설이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측이 이를 짓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우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회의에서 결정된 바에 따라, 일본의 문화유산이 주변국 국민들을 강제동원해 노동을 시킨 시설임을 국제문서에 올렸고, 정보센터 설립과 관련 내용 설명 등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일본 정부에게는 ‘사실상 의무’라는 것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러한 조치를 일본에게 자율적으로 맡기기 보다는 2018년에 위원회 측에서 점검까지 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이 결정한 사안이므로 회원국인 일본에게도 이를 성실하게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이 강제징용 부분에 대해 ‘Work’라고 표현했지 ‘Labor’라고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 노동’이 아니라고 우기는 점에 대해서도 “위원회의 원안을 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기 계신 분들은 물론 외교전문가들도 그것이 어떤 의미로 통용되는지 이해가 가실 것”이라며 일본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 ▲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답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답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두 번째 주제는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에 관한 한일 정부 간의 협의였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美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日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일본 정부의 금전적 해결 방안 검토를 보도한 것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초기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일본의 자세에 비해서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면서 “현재도 양국 정부 간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그러면서도 “앞으로 일본이 피해자들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위안무 문제 해결이 핵심인가 아닌가’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유흥수 주일 대사가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는 한일정상회담의 핵심의제가 아니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중일 정상회담의 경우에는 지역 내 평화를 위한 다자적 협력이다. 따라서 다자적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오는 8월 아베 정부의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느냐, 어느 정도 수준의 담화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중국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어 “일본의 이번 종전 70주년 담화에 기대하는 것은 1965년 이후 한일 관계를 유지했던 역사인식에서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나가면서 미래지향적으로 가겠다는 뜻을 담아야 한다.담화에 어떤 내용과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지는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담화에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게 되면 아시아는 물론 국제사회가 일본을 아시아의 리더로 인정하는 ‘Golden Opportunity’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패널들의 질의에 답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패널들의 질의에 답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남북 관계에 대한 외교부의 역할과 ‘부처 간 엇박자’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서로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답했다.

    즉 통일부의 민간 분야 남북교류협력 지원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고, 유엔의 북한인권현장사무소 설치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외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동참하는 것이므로, 둘 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현 정부의 핵심적 시각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적극 활용해 평화통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모든 노력이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이룰 때 한반도 긴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연기로 인한 ‘한미관계 균열 우려’에 대한 말도 나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 당시 오바마 美대통령과 케리 국무장관은 ‘국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으니 먼저 처리하시고 방미 문제는 걱정마시라’는 똑같은 대답을 해 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친중 정책 기조’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공관장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요청을 받는 것은 딜레마가 아니라 축복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그날 회의가 사실 굉장히 특별한 성격”이었다면서 “해외 공관장들에게 현재 동북아 안보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지만, 우리가 패배주의에 젖어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 ▲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는 100여 명 이상의 기자들이 몰려 윤병세 장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는 100여 명 이상의 기자들이 몰려 윤병세 장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날 관훈클럽 초청 세미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 밖에도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한일 정상회담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패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토론회 기조발제 말미에 "윈스턴 처칠은 '하늘을 나는 연은 순풍이 아닌 역풍에서 가장 높이 난다'고 했다"며 "우리 앞에 순풍이 올지, 역풍이 올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는 3중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해, 그가 청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윤병세 장관에게 “오는 9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의 승전 기념열병식에 참석하면, 대통령과 만나게 될 텐데 여기에 대해 준비가 부족한 면이 있지 않느냐”거나 “이희호 여사가 내달 방북을 할 때 정부 고위관계자를 동행토록 해 남북관계의 통로를 트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