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진권 요구, 자체 역학조사반 신설..“비상상황” 호들갑
  •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서울시신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현직 의사인 35번 확진자가 감염상태에서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며, 의사 A씨의 동선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서울시신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현직 의사인 35번 확진자가 감염상태에서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며, 의사 A씨의 동선을 설명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서울시 신청사에서 ‘메르스 대책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서울시에 메르스 확진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정부에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메르스에 감염된 35번 확진자 A씨와 관련된 정보 제공을 요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정부와 해당 병원이 서울시가 요구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감염 확산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확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정부는 서울시에 메르스 확진 권한을 줘야한다”고 요구했다.

    박원순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메르스 확진 및 의심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반을 신설하고, 서울시내 모든 보건소에 메르스 진료실을 설치·운영한다”며, “이 조사반에는 서울시공무원을 포함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이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확진권한을 요구하고, 독자적인 역학조사반을 만드는가 하면, 정부와 해당 병원이 35번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발언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메르스 확진권을 요구하면서 자체 역학조사반까지 운영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발표는, 관련 법령의 위법여부를 떠나, 국가의 기본 체계를 뒤흔드는 ‘정치적 쇼’라는 비난이 거세다.

  • ▲ 박원순 시장이 4일 밤, 심야브리핑을 전후해 트위터에 올린 글. ⓒ 트위터 화면 캡처
    ▲ 박원순 시장이 4일 밤, 심야브리핑을 전후해 트위터에 올린 글. ⓒ 트위터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이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에 정보제공을 요구하면서, 불응할 경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큰 물의를 빚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정부와 해당 병원에 대한 협박 혹은 강요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괴담 유포를 방지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더는데 조력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한 정서에 편승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2주를 지나면서 국내외 의료 전문가들이 앞장서, 메르스를 둘러싼 부풀려진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박원순 시장이 심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면서 메르스 확진권 등을 요구한 행태는, 아무리 좋게 봐도 ‘정치인의 언론플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처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권지지율 급락과 체감인기도 하락으로 위기감을 느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회복을 위해 메르스 확산을 천재일우의 호기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4일 밤,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삼성병원 의사 A씨(35번 확진자)가 감염 상태에서 1,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다며, 당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폭로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해당 의사 A씨는 언론 매체와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박 시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사 A씨는 “대권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을 어떻게 시장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A씨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을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양삼을 저버린 사람처럼 표현했다며,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국민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논객’이라 불리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박 시장의 심야기자회견 직후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서울시장이 나서느냐”며 그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행태는 이날도 변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심야기자회견 이후 자신을 향한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긴급 브리핑 이후 상황이 마치 정부 당국의 입장과 (서울시의) 진실공방처럼 비화되고 있지만, 이건 진실공방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라는 준엄한 요구 앞에 어떤 가치나 주장도 내세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박 시장은 6일 삼성서울병원에서 5명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접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이 정도면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확진권 부여를 주장한 6일, 메르스 감염 치료를 받던 최초 확진자의 부인 63살 B씨가 완치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격리병원에서 퇴원했다.

    한국시간으로 5일 늦은 오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권위자인 영국의 벤자민 뉴만 교수(레딩대 생명과학과)는 국내 통신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 치사율이 과장됐으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뉴만 교수는 공기를 통한 메르스 감염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뉴만 교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실태를 높게 평가했다.

    뉴만 교수의 견해는,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단언하면서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박 시장의 행태와는 대조적이다.

    “메르스의 전파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만큼 높지 않을 것.
    건강한 사람도 메르스에 전염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어린아이가 감염됐고, 주로 다른 질병을 앓고 있었던 고령자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메르스는 공기 중에서 오래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와 접촉이 없다면 공기로 전염될 확률은 낮다.“

    “메르스는 기존 감기 증상과 구분이 쉽지 않아 대책마련이 어려웠을 것. 한국 정부가 많은 환자들을 격리 및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 YTN PLUS와의 이메일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