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잘못된 판단에 애꿎은 서울시민 세금만 낭비
  • ▲ '지자체격리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서울시가, '재건축조합 참석 격리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대학병원에 설치된 메르스 임시병동의 모습이다. ⓒ서울시
    ▲ '지자체격리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서울시가, '재건축조합 참석 격리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대학병원에 설치된 메르스 임시병동의 모습이다. ⓒ서울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세가 진정되며 정부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개포동 재건축조합에 참석한 격리자들에 대한 국비지원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지자체격리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서울시가, '재건축조합 참석 격리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메르스 재건축조합 참석자 1,298명에 대한 긴급복지비도 다른 격리자들과 동일하게 국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재건축조합 참석자들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을 거부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가 재건축조합 참석자들을 긴급생계비 국비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다른 격리자들과 동일하게 '긴급복지지원법' 제17조에 따라 국비지원을 해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요구를 거부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지난 28일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격리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판단해 (지원금을) 지급할 문제"라며 "국비를 추가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의 지역감염 위험성을 경고해,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의 지역감염 위험성을 경고해,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

     
    사실 정부와 서울시의 격리자 국비지원 갈등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이 정부의 메르스 대응방침을 정면 비판하며, '메르스 대책 본부장'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한)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위험에 노출됐다"며 재건축조합 행사 참석자 1,298명에 대한 격리조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박 시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재건축조합 참석자들 명단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이제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한다는 인식에 이르렀다"고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며 "(박 시장이) 국민들에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장관과 더불어 수많은 의료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은 박 시장의 기자회견을 지적하며, "박 시장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강하게 비판했다.

     

  • ▲ 어버이연합은 지난달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정치 쇼를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어버이연합은 지난달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정치 쇼를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일각에서 정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일방적 조치를 취한 서울시가 국비를 요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서울시의 선제적 대응이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은 일종의 착시효과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의 조치로 격리된 재건축조합 참석자들 중, 단 1명의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박 시장과 서울시가 주장한 선제적 대응이 실제 아무런 효과도 벌이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편, 서울시의 이 같은 주장에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박 시장과 서울시가 자기들 마음대로 일을 벌인 것도 모자라 이제와서 책임은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던 서울시가, 이제와서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재주는 곰이 넘었는데 돈은 중국놈이 먹었다'는 속담이 지금 서울시의 모습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 대형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격리조치한 서울시가, 이제와서 국비지원이 안된다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은 뻔뻔함의 극치"라며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서울시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선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