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책도 필요 없다? 유승민, 야당과 같은 목소리! 연일 청와대 맹비난
  • ▲ 지난달 12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장에서 손을 잡고 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 지난달 12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장에서 손을 잡고 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국회법 개정안 처리 논란의 책임을 청와대에 떠넘기기 위해 정치공세를 펴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일단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서 한 발 물러선 청와대.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뒤덮은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非朴)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연일 청와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선봉에 선 것은 이재오 의원.

    '여당 내 야당'이라고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3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재오 의원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4월 15일 이후 한달 반만이다.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와대가 앞장서서 정쟁을 유발하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메르스 관계 부처는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 처음으로 관계 장관회의를 하고. 정부가 이러고도 딴 말을 할 수 있는 양심이 있는가?"


    '유승민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당청(黨靑) 갈등 문제의 원인을 청와대로 돌리는 동시에 메르스 확산 책임론을 언급, 전방위로 청와대를 압박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재오 의원의 지원사격에 힘을 얻었는지 유승민 원내대표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청와대의)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 3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청와대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 ⓒ채널A 방송화면
    ▲ 3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청와대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 ⓒ채널A 방송화면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하며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까지 차지한 김무성 대표도 에둘러 유승민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로 국민들 불안과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시점에서 이번 사태 해결에 여야가 있을 수 없고 네 편, 내 편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오늘부터 메르스가 진정되는 시기까지 여야 간 서로 상호 비방이나 정치 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직후 서청원 최고위원은 "오늘 메르스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했는데 방금 김 대표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아무리 대표라고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 얘기(비판)하는 사람은 전부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 것(잘못)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느냐. 최고위원 등 다른 사람을 나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 말라"고 발끈했다.

     

    비박계가 모두 유승민 대표의 편은 아니었다.

    다음 발언자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사태와 관련,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기 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할 것을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급한 메르스 사태에서 당에서 요구하는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에서 사실상 보이콧했다. 솔직히 '유승민 체제를 신뢰하지 못한다,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해석으로 저는 받아들인다. 문제 수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깨진 당의 단합과 당청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김태호 최고위원은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연계 여부에 대해 청와대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이 엇갈리는 '진실게임' 양상을 거듭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의원총회를 하던 중에 청와대가 국회법을 문제 삼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이 통과 안되도 좋으니 국회법은 안된다'고 청와대가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 말이 맞다"고 강변했다.

     

  • ▲ 3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청와대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 ⓒ채널A 방송화면

     

    사실 '진실게임'은 둘째 문제다.

    현재 여권 내에선 "어찌됐든 야당과 손을 잡고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부 마비 사태가 눈 앞이다. 향후 모든 행정입법과 관련해 야당이 브레이크를 걸 경우, 정부는 속수무책이 된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호락호락 협조할리도 없다. 당내 공천권 지분이라는 정치적 계산과 맞물려 비박계가 청와대와 야당을 저울질 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목적을 의심하는 이들이 나오는 이유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잇단 정치공세에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3일 종합대응 컨트롤타워 설치를 한 이후 청와대는 당청 갈등과 관련해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실게임' 논란과 '당청갈등' 문제에 대한 연이은 질문에 굳게 함구했고, 다른 관계자도 비박계의 정치공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함구(緘口)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새정치민주연합이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무능한 정부"라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선 메르스 사태를 정리한 뒤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청와대를 흔들기 위한 여야의 합동공격에 내부 관계자들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는 아무런 반성이 없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새정치민주연합에 휘둘려 희대의 악법(惡法)을 처리해 놓고도 연일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야당의 요구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하면서 정치적 쟁점사항이 발생할 때 마다 '식물국회'가 돼버린 작금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차가운 조소(嘲笑)를 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