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방문 입장 번복, 이례적인 일 유감스럽다" 방북 재추진 의지
  •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망론(待望論)'을 발판으로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이날 면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북(對北) 문제와 유엔의 개발 의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선 양측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자칫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를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녹취록을 계기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자연스럽게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날이 더해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不信)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맞물리면서 향후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치솟고 있다. 이에 반기문 사무총장이 민감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있어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와 반기문 사무총장은 면담에서 북핵(北核)과 대북정책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동북아시아 지역의 협력 방안, 유엔의 포스트 2015 개발의제 및 포스트 2020 신기후 체제 등을 논의했다.
     
    #. 한반도 문제

    박근혜 대통령은 먼저 반기문 사무총장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지지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 정부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한반도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기문 사무총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의 다자(多者) 협의구상 등 정책에 대한 유엔의 적극적인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또 북한이 돌연 방북 허가를 철회한 점을 언급한 뒤 "북한이 과거 입장을 번복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유엔에 대해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결정 번복 경위는 잘 알 수 없으나 추후 적절한 계기에 다시 방북을 추진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 역시 "이번 반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의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했는데 북한의 이러한 결정 번복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으로 개성공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우리 정부는 임금인상 등 문제를 남북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전략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엄중한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적극 지원할 계획이며,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 국제사회가 단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우리 정부가 지속 추진 중인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의 실현에 있어 유엔과의 지속적인 긴밀한 협력을 희망하고 사무총장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정신에 위반되며, 북한은 열린 마음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주민생활의 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대해 지속 전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북 문제와 유엔 개발의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북 문제와 유엔 개발의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글로벌 이슈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유엔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포스트 2015 개발의제, 2020 신기후 체제 수립이라는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올해 7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되는 제3차 개발재원총회가 포스트 2015 개발체제의 성공적 출범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나라는 외교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할 및 합의 도출에 건설적인 기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12월 파리 개최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를 통해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신기후 체제의 성공적인 도출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녹색기후기금(CGF)이 신기후체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엔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해외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 파견과 관련해 반기문 사무총장의 협조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사무총장은 "올해 3대 목표를 통해 유엔이 향후 2030년까지 국제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며, 이러한 역사적인 노력에 대한 한국의 적극 기여 의지에 사의를 표명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최근 국제사회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과 함께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의 끊임없는 난민이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도 이제 외국인 이주민이 100만에 달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과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측이 공개한 자료는 여기까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가까웠던 반기문 사무총장으로서는 이번 방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국내 정치와 관련된 입장은 최대한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행사를 알려야 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와 관련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기문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가 경남기업에서 상임고문으로 근무했다는 점을 염두할 때, 대화의 내용이 여기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반기상씨는 제일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2008년부터 7년 동안 경남기업에 상임고문으로 근무했다. 형님이 유엔사무총장에 선출된 직후다.

    뿐만 아니라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여권을 향해 특정 메시지를 남겼을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