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법무부 업무, 청와대와 무관" 박준호-정낙민, 알고보니 野 보좌진 출신
  • ▲ 盧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DB
    ▲ 盧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DB

     

    노무현 정권 당시 여권의 유력인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불법로비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노무현 정권 측 일부 관계자들은 "법무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성완종 전 회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사면은 법무부 업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무관하다"며 황급히 선 긋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성완종 전 회장이 첫 번째 특별사면을 받던 2005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던 2007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 "MB가 성완종 사면? 文, 책임 뒤집어씌우나"


    야당 측 인사들이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MB 정부 탓으로 돌리자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나섰다.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권성동 의원은 21~22일 이틀 연속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청와대 의사가 절대적인데, 문재인 대표가 전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의 설명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청와대를) 보좌할 뿐이다. 사면은 법무부 업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성완종 전 회장은 사면 한 달 전인 2007년 11월에 상고를 포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미리 언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면이 최종 결정되기 한 달 내지 두 달 전부터 실무 준비 작업이 이뤄진다.

    당시 사면과 관련된 권한은 노무현 대통령 측이 전권을 쥐고 있었다. 특히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은 아무 명분이 없었기에 각종 비난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표 측은 이제 와서 이명박 정부에 특별사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나아가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지 않는다면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이 말한 결정적 증거는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업무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의 진술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와 권성동 의원의 주장은 극과 극이다.

    둘 중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 ▲ 盧 정권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 盧 정권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 법무부 반대에도 盧 정권 성완종 특별사면 강행


    <동아일보>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말인 2007년 12월 특별사면 당시, 법무부는 성완종 회장에 대해 "사면 대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사면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이던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성완종 회장을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해 그 초안을 주무 부서인 법무부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성완종 회장은 불과 2년 전 사면을 받고 또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인사인데 다시 사면을 받는 이유가 뭐냐"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 이러한 의견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과정에 관여한 당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시 법무부는 여러 정치인과 김대업씨, 성완종 회장 등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제시했지만 김대업씨만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결국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성완종 회장이 포함된 특별사면 명단을 확정했다.

    결국 MB 정부와는 상관 없이, 노무현 정권이 법무부의 반대를 꺾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의 특별사면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법무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재차 확인될 경우, 문재인 대표는 '거짓말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문재인 대표의 꼬리자르기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PBC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비리 사건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을 (노무현 정권이) 특별사면한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일반 원칙과 기준으로 보면 잘한 결정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의 경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 야당 보좌진 출신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이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MBC 방송화면
    ▲ 야당 보좌진 출신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이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MBC 방송화면

     

     

    #. 성완종 최측근 2인방, 알고보니 야당 보좌관 출신


    성완종 전 회장의 최측근들이 야당 보좌진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해볼만 하다.

    22일 새벽 긴급 체포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과거 추미애 의원(現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비서, 조배숙 전 의원(열린우리당)의 보좌관으로 일했었다.

    박준호 전 상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경남기업에 입사했다. 이후 12년 이상 성완종 전 회장을 보필해왔고 가까이서 정치적 조언도 자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측근인 경남기업 정낙민 인사팀장은 김한길 의원실 보좌관 출신이다. 김한길 의원은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당선자 기획특보를 지냈고, 2004년 초에는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의원직을 상실한 뒤 국회를 떠나면서 정낙민 팀장을 경남기업에 데리고 왔다.

    아울러 김한길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인 지난 8일 저녁 예정에 없던 약속을 잡고 냉면을 함께 먹으며 단 둘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성완종 전 회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끈적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정치권 내에서 파다하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는 성완종 전 회장이 이끌던 대아건설 측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3억원을 수수한 전력이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기 4개월 전 대통령 정무특보 등 여권 인사들과 함께 베트남 '랜드마크72'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야당 의원 7~8명이 포함된 '성완종 장부' 보도까지. 

    이러한 일들은 모두 우연히 이뤄진 것일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진 후 새정치민주연합 측 인사들이 겉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속으로는 마음을 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