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 핵심 측근 전방위 압수수색..뭉칫돈 행방에 초점
  • ▲ 14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2015.4.14. ⓒ 사진 연합뉴스
    ▲ 14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2015.4.14. ⓒ 사진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수사팀 구성 사흘 만에 경남기업과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 11명의 자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2007년 12월 성 전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두 번째 특별사면 직전, 경남기업 관련 계좌에서 빠져나간 5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경로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이 경남기업 및 관계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그치지 않고,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도 그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돼, 검찰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검찰이 선택한 압수수색의 대상에, 성 전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사실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나 다름이 없다. 

    나아가 이들 핵심 측근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성 전 회장을 보좌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구(舊) 참여정부 인사들과 성 전 회장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참여정부 집권 시절인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실형 확정 판결을 받고, 두 번 모두 특별사면을 받았다.

    특히 두 번째 특사 당시 참여정부는, 성완종 전 회장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특혜 중의 특혜를 베풀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 전 회장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은 모두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2005년 5월의 첫 번째 사면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 전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포기한 뒤, 10개월 여 만에 이뤄졌다.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1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 전 회장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곧바로 항소를 포기했다.

    만약 성 전 회장이 일반적인 형사피고인들처럼 항소와 상고심 절차를 모두 거쳤다면, 2005년 특사에 이름을 올리기 어려웠을 수 있다. 특사는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2007년 특사도 마찬가지다. 행담도 개발 사업 비리로 불구속기소된 성완종 전 회장은 같은 해 11월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여 만에 이뤄졌다.

    이런 사실은 성 전 회장과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반증한다.

    대통령의 대권(大權)이자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에는 당시 정권의 의중이 담겨 있다. 따라서 특별사면 명단은, 당시 정권이 눈여겨보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지표와도 같다.

    이렇게 볼 때, 성완종 전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 혹은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과 깊은 교감을 가졌을 것이란 추론은 무리가 아니다.

  • ▲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사진 연합뉴스
    ▲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사진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성완종 전 회장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는 성 전 회장의 이름이 특사명단에 올라간 2005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2007년 12월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특별사면이 대통령과 당시 정권의 핵심 인사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문재인 대표가, 성 전 회장의 특사 때마다 핵심 요직에 있었다는 사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때문에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차례 특사와 관련돼, 당시 참여정부 핵심인사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들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선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 외에도, 야당 측이 요구하는 대선자금 관련 의혹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두 털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새누리당이 이완구 총리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데 대해 "법치를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은 수사대상으로, 그런 요구를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2015.4.15. ⓒ 사진 연합뉴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새누리당이 이완구 총리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데 대해 "법치를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은 수사대상으로, 그런 요구를 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2015.4.15. ⓒ 사진 연합뉴스

    이런 검찰의 방침은, 성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의 특사와 관련된 부분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를 넘어 성 전 회장과 관련돼 의혹을 받고 있는 야당 인사들로 수사 폭을 넓힐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검찰 특수팀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성 전 회장 측근들은, 이용기 경남기업 홍보부장 등 ‘비서 3인방’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이용기 부장은 수행비서와 국회 입법보좌관으로 성 전 회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킨 인물이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잃은 뒤에도 그의 곁에 남았으며, 지난 3일 성 전 회장이 검찰에 출석할 때도 동행했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자리에도 참석해,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도 검찰이 주목하는 인물들이다.

  •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5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압수품을 담기 위한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5.4.15. ⓒ 사진 연합뉴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5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압수품을 담기 위한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5.4.15. ⓒ 사진 연합뉴스

    이들은 이용기 부장과 함께 성 전 회장의 외부일정에 대부분 동행해, 성 전 회장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참고인들이다.

    성완종 전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경남기업 전직 임원 두 명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먼저 한장섭 경남기업 전 부사장은, 이 회사 경영전략실장과 재무본부장을 거치면서, 회사의 곳간은 물론 성 전 회장의 비자금을 직접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경남기업 비리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용처 불명의 회삿돈 32억원을 수백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한 사람도 한 전 부사장이다. 한 전 부사장은 32억원의 입출금 내역이 담긴 USB를 검찰에 넘겼고, ‘성완종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성 전 회장과 나눈 대화도 녹음해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사장 보다 앞서 금고지기 역할을 한 전모 전 경남기업 상무도 검찰이 주목하는 요주의 인물이다.

    전모 전 상무는 2003년 대아건설 경리담당 임원을 거쳐 2009년까지 경남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으로 있으면서, 회사의 자금관리를 책임져왔다.

    2002년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전달한 사람도 전모 전 상무였다. 전씨는 이일로 성 전 회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의 행적도 주목하고 있다.

    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씨는 경남기업에서 홍보와 대관업무를 맡아, 성 전 회장의 정관계 인사 면담사실을 비교적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